'외상 이후 비밀장부로 임의 처리' 수협 직원 입건

2011-10-03 02:59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거래업체와 임의로 외상거래한 이후 판매품을 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개인만이 알도록 비밀장부를 만들어 관리하며 자신이 근무하는 수협에 6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제주시 모 수협 전 유통과장 등 2명이 입건됐다.

제주해양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전 유통과장 이모(47)씨 및 유통계장 김모(33)씨 등 2명을 업무상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제주해경에 따르면 이들은 조기 및 굴비 등 물품판매 내역에 대해 판매품 원장에 수기로 작성하는 단점을 악용해, 외상거래약정서·담보 등 채권조치 없이 20여곳이 넘는 업체와 외상으로 거래한 후 개인만 알 수 있도록 비밀장부를 관리해 수협에 6억3000만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해경 조사결과 이들은 거래 업체 중 3년 넘게 대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곳이 있음에도 지속적으로 물품을 납품해 외상 거래해 수협에 손해를 입히고도 외상 대금 청구조차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물품판매 후 장부상에는 단가를 낮게 판매한 것처럼 기재해 거래처에 1억원 상당의 이익을 주고 수협에 손해를 입혔으며, 다른 업체의 미수금을 정리해 돌려막는 식으로 처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다. 조기·굴비 등 선물세트 100여만원 상당을 마음대로 지인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새로운 조합장이 취임해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참조기 원물 및 굴비 등 재고자산에 대해 현물 실사한 결과 6억3000만원 재고 부족이 확인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해경은 거래처에 이익을 준 1억원에 대해서는 배임혐의를 적용하고 선물을 마음대로 사용한 점에 대해 횡령혐의로 처벌할 방침이다. 하지만 나머지 5억3000만원에 대해서는 직무태만으로 처벌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임에 따라 수협측에 입증자료를 넘겨 거래처를 상대로 외상 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한편 해당 수협은 2009년도 결산 때 12억원 이상의 순손실이 발생했음에도 2억원 상당의 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분식회계 처리해 3억원 상당을 직원들에게 상여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