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 가운데 조명탑이 있다.

골프규칙 24-2a를 보면 조명탑이 단순히 플레이선상에 있는 것만으로는 구제받지 못하는 것으로 돼있다. 그런데 조명탑이 볼에서 2∼3m 앞에 있을 경우, 요컨대 목표를 향해 스윙하면 볼이 조명탑을 맞힐 수 있는 상황에서는 구제를 받을까, 받지 못할까.

구제받지 못한다. 단 예외가 있다. 대회 때 등에 설치하는 ‘움직일 수 없는 임시장애물’이라면 구제받는다. 이를테면 광고판, 스코어보드, 관람석, 간이화장실, TV중계탑, 방송차량 등이다. 이런 물체가 플레이선상에 있을 경우 구제받을 수 있다. 그 외에는 구제받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조명탑, 포장된 카트도로, 전봇대 등)은 스윙을 하거나 스탠스를 취하는데 방해가 될 경우에만 구제를 받는다. 그렇지 않고 모든 상황(예컨대 가까운 플레이선상에 있을 경우)에서 구제를 받기로 한다면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예컨대 오른쪽으로 굽어진 ‘도그 레그 홀’에서 드라이버샷을 페이드로 치려고 하는데 200m전방 페어웨이 오른쪽에 세워진 전봇대가 방해가 될 같다고 하자. 그러면 그 골퍼가 “내가 치려고 하는 선상에 장애물이 있어서 볼이 맞을 염려가 있거나 시야에 방해가 되니 치우고 샷을 하겠다”고 하면 전봇대를 치워주거나 티잉 그라운드를 옮겨주어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또 “티샷이 전방의 카트도로에 맞고 튀어 연못으로 빠질 염려가 있으니 카트도로를 치우거가 덮어달라”고 하면 들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인공장애물이라 하더라도 평상시에는 스윙이나 스탠스에 방해가 될 때에만 구제받는다. 바로 앞에 있으나 스윙이나 스탠스와 무관할 때는 플레이선 상이라도 그대로 쳐야 한다. 그것이 현재의 규칙이고 그 나름대로 공정한 해석이다.

그레그 노먼이 1990년대 말 제주 중문CC에서 열린 조니워커 스킨스게임에 출전했을 때의 일이다. 볼 3m 전방의 플레이선상에 지주목(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이 있었다. 물론 그 지주목이 스윙이나 스탠스에 방해되지 않은 상황이다.

노먼은 경기위원에게 “구제받을 수 없느냐?”고 했으나, 경기위원은 단호하게 “노”라고 대답했다. 노먼이 머쓱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노먼은 아마 경기위원(한국인)의 규칙지식을 시험해보려고 했던 것같았다.

그 노먼이 오는 11월 호주 로열멜버른GC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의 인터내셔널팀 단장이다. 한국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3명(최경주 김경태 양용은)이 나갈 가능성이 높다. 노먼이 그 때에도 한국 선수나, 한국 골프를 무시할 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