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금융권 '퍼펙트 스톰'] 우리금융 민영화 정치논리에 왜곡되나

2011-07-26 16:42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우리금융지주를 국민공모 방식으로 매각하자는 주장이 여당 대표에 의해 제기되자 정치권 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내년 총선 및 대선을 앞두고 이를 정치적 이슈로 활용하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어 우리금융 민영화가 정치 논리에 의해 왜곡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등 여권에서는 우리금융의 국민공모 방식 매각안을 친서민 기조를 강화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홍 대표는 “국민 세금으로 살려낸 우리금융을 대기업이나 사모펀드에 넘기는 것은 안 된다”며 “국민공모 방식은 서민들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정책위는 “여당 대표가 직접 대통령에게 제한안 사안인 만큼 신중히 다뤄야 한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 수의 의원들도 동조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의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은 “국민공모 방식은 좋은 매각 방안으로 찬성한다”며 “홍 대표는 정무위에서 활동할 때부터 국민공모 방식에 대해 의견을 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감한 사안인 만큼 여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무위 한나라당 측 간사인 이성헌 의원은 “정치인이 우리금융 매각 방식을 직접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정치권에서 지침을 내리듯 매각 방식을 논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국민공모 방식 등 특정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신중히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내심 불만인 기색이다.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은 25일 한나라당 정책위와 가진 비공개 협의에서 “국민공모 방식은 포스코처럼 비상장회사를 신규 상장할 때 사용했던 방법”이라며 “우리금융 등 이미 상장돼 있는 회사의 주식을 국민주로 매각하는 경우는 없었다”는 의견을 밝혔다.

백 실장은 “상장된 주식을 싼 가격에 팔면 기존에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 국민공모 방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자 야당들은 노골적으로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친서민 이슈를 여당에 내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국민주는 법적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을 변경하는 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국민공모 방식은 허황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선진당은 논평을 내고 홍 대표가 제안안 국민공모 방식을 비판했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은 “국민공모 방식은 엄격히 말하면 지나친 포퓰리즘”이라며 “포스코처럼 경영진이 정권에 따라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의 로비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의 우제창 의원은 “국민공모 방식은 주인이 없어져 관치로 흐르기 쉽다는 약점이 있다”며 “최근 국민공모 방식이 이처럼 논란이 되는 것은 우리금융의 로비 결과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전문가들은 "우리금융 민영화를 둘러싸고 정치논리가 끼여들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금융시장 발전을 위한 전략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