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행 희망' 박찬호가 언급한 국내 복귀의 걸림돌은 무엇?
2011-07-26 10:47
'한국 프로야구행 희망' 박찬호가 언급한 국내 복귀의 걸림돌은 무엇?
▲박찬호 [사진 = SBS CNBC 제공]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올해부터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활동하는 박찬호(38)가 스포츠 월간지 '스포츠온'과 일본 고베 현지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한국 리그에서 뛰고 싶다 언급해 화제다.
그는 "고국에서 불러주면 당장이라도 달려가겠다. 내년엔 한국에서 뛰고 싶다. 내 꿈은 오랜 기간 성원해준 팬들 앞에서 마운드에 서는 것"이라며 한국 프로 무대에서 뛰고픈 희망을 밝혔다.
이어 "지난해 메이저리그 생활을 청산했을 때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은 한국이었다.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한국으로 가고 싶었다"며 "하지만 국내에서 뛰기 위해선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런 것을 무릅쓰고 뛰려 하니 망설여졌다. 난 산타가 돼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고 싶었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더라. 와이프의 친정이 있는 일본은 어떠한 절차도 필요 없었다"고 당시 한국행을 못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에 따르면 박찬호가 내년에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기는 어려워 보인다. 단지 하나의 제약만 해결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가지 제약으로 인해 꽤 복잡한 상황이다.
▲2012년 프로야구 신인 지명회의 참가 신청 안내 [이미지 = 한국야구위원회(KBO)] |
◆당장 오릭스 버팔로스 구단에서 나와야 한다…8월 16일 이전 방출 필요
현행 KBO 규약에 따르면 1999년 이전 해외에 진출한 선수가 한국 프로야구에 데뷔하려면 어떤 경우라도 신인 드래프트를 필히 거쳐야만 한다.
야구규약 105조의 '99년 1월1일 이전 해외진출 선수의 입단' 규정을 보면 '자유계약선수일 경우 선수 본인이 KBO 총재에게 입단 신청을 해야하고 구단은 특별 지명하여 총재에게 제출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2012년 프로야구 신인 지명 회의'는 오는 8월 25일로 예정돼 있다. 박찬호가 특별지명을 통해 내년부터 한국에서 뛰기 위해서는 지명 회의가 실시되기 이전에 현재 소속팀인 오릭스 버팔로스를 퇴단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자유계약선수'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팀과의 계약 기간 중에 또 다른 팀에서 뛸 수 없다는 상식적인 점은 생각해도 당연하다.
하지만 오릭스와의 계약이 남은 현실상 이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박찬호는 지난 2010년 12월 오릭스와 1년간 연봉 120만달러, 옵션 100만달러 등 총 220만달러에 계약하고 12월 21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발표했다. 따라서 박찬호는 올해 12월까지 오릭스 유니폼을 입고 뛰어야 하며 박찬호가 오릭스를 퇴단하는 방법은 계약 기간이 만료된 이후 재계약하지 않는 경우와 구단이 박찬호를 방출되는 방법 뿐이다.
만약 박찬호가 오릭스에서 퇴단됐다는 기적적인 일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박찬호의 한국행에는 걸림돌이 존재한다. '2012년 프로야구 신인 지명 회의' 접수가 지난 '7월 25일 18시'로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8월15일까지 타리그에 소속된 선수는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없다'란 조항을 충족해도 접수 시기를 놓쳐 KBO의 특례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박찬호 [사진 = NHN 제공] |
◆신인 드래프트 거쳐야만 하는 박찬호…한화가 1순위 지명권 쓸까?
KBO는 2007년 4월에 해외파 선수를 대상으로 특별드래프트를 실시했다. 당시의 특별드래프트는 1999년 이후로 해외한 선수가 대상이었다. 당연히 박찬호·서재응·김선우 등의 1999년도 이전 해외진출 선수는 당시 특별드래프트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서재응과 김선우는 국내로 돌아올 때 고교 졸업(서재응 광주제일고, 김선우 휘문고) 당시 1차 지명권을 행사한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에 각각 입단했다.
그러나 박찬호는 다르다. 박찬호는 공주고 졸업(1992년 2월 졸업) 당시 한국의 어떠한 프로구단에도 지명된 적이 없다. 또한 한양대 재학 중인 1994년 1월11일 LA다저스에 정식 입단하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로 갔다. 어느 구단도 박찬호 관련 영구지명권은 없는 것이다.
결국 한화가 박찬호를 원할 경우 신인 지명권을 써야만 한다. 이는 LG가 지난 2007년 봉중근을 영입했을 당시의 사례가 있고, 기존의 사례가 없어도 규정상 가능하다.
더군다나 한화는 2010년 최하위 구단으로 1순위 지명권이 있어 박찬호의 지명이 쉽게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한화에게 이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위권 팀으로 리빌딩이 절실한 한화가 고교 유망주 1명의 지명을 쉽게 포기하는 것은 리빌딩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화는 '박찬호 특별법'을 주장한다. "박찬호가 시즌을 마치고 오릭스와 재계약 대신 한국행 의사를 표하면 KBO 이사회 결의를 거쳐 내년부터 당장 박찬호를 뛰게 조치하자"는 것이다. 단 "전력평준화를 위해서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은 한화에 유효하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다른 구단이 이를 수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더불어 설령 개별 구단이 수용한다 하더라도 팬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결국 박찬호가 오릭스에서 퇴단하며 일본 내에서의 규제가 해소되도 그가 원하는 대로 한화에서 뛰기는 난항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박찬호가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해야하면 한화가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박찬호에 쓰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박찬호는 내년 어느 구단에 속해 설날 인사를 하게 될까? [사진 = 박찬호 공식홈페이지(http://www.chanhopark61.com)] |
◆'특별규정' 결국 여론의 향배에 달린 상황
'박찬호 특별법'과 관련해서 야구 관계자와 다수 야구팬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온다.
우선 "특정인을 위해 정해진 규정을 쉽게 바꿔서는 안 된다"는 반응이다. 하나의 '특례'가 적용될 경우 또 다른 특례가 연이어서 봇물처럼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틀린 말이 아니다. 특정한 공공 단체가 규정을 수시로 바꾸는 것은 온당한 처사는 아니다. KBO도 이를 알고 있고 이로 인해 현재 KBO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쉽게 논하지 않고 있다.
반면 "박찬호와 한화에 대해서는 예외를 봐줄 수 있는 경우다"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지난 2007년 4월 2일의 해외파 선수 대상의 특별드래프트(우선지명권한을 쓴 롯데·KIA 제외한 두산·삼성·한화·현대·LG·SK 등 6개 구단 참가)에서 한화만 선수 지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당시 드래프트는 5명(김병현·류제국·이승학·채태인·추신수)를 놓고 6개의 구단이 다투는 경우였다. 어느 한 구단은 지명을 할 수 없었고 그 구단이 한화가 됐다.
그렇기에 박찬호의 한화 입단은 보상 차원에서 논외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외를 봐줄 수는 없지만 이미 한 차례 불이익을 받았기 때문에 예외의 적용도 고려할만 하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박찬호'라는 상징적인 존재가 한국에 온다면 한국 프로야구의 흥행 요소에 좋다는 사실도 더해진다. 이러한 의견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를 최종 결정해야 하는 KBO는 매우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다.
결국 '박찬호 특별법'의 최종 결정은 KBO에 있고 명분도 아주 없지는 않아 KBO의 부담을 덜어내는 것도 어렵지 않게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KBO는 야구팬의 여론을 주시하는 상황이다. 팬의 여론이 '박찬호 특별법'의 규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뜻이다. 물론 '박찬호가 오릭스와 계약이 종결됐다'는 최대 전제가 결국 이뤄진 상황 하에서다.
과연 박찬호는 내년 어떤 무대에서 뛰고 있을까? 그가 원하던 대로 한화 이글스 선수로 활동할 수도 있고, 다른 팀 소속 선수로 활동할 수도 있다. 2013년 프로야구 신인 지명회의 참가를 위해 '8개월 계약' 등의 특이 형태로 2012년도 오릭스에 잔류할 수도 있고, 2012년 한 해를 쉴 수도 있다. 내년도의 박찬호가 선수로 뛸 구단이 어디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