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실리콘, 잇따른 대기업 진출로 공급과잉 '경보'
2011-05-31 18:28
가격하락세 본격화, 시장 전망에 먹구름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시장에 국내 대기업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폴리실리콘 시장은 국내 뿐아니라 해외에서도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보여,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에쓰오일은 지난 30일 한국실리콘 지분 33.4%를 인수하면서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로써 국내 폴리실리콘 산업은 OCI, KCC, 웅진 등 기존 업체들의 대규모 증설과 삼성정밀화학, LG화학, 한화케미칼, 에쓰오일 등 쟁쟁한 대기업들의 신규 진출로 급팽창하고 있다.
이는 국내 태양광산업의 성장에 긍정적이지만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 폴리실리콘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수급에 적신호가 켜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전체 태양광 산업이 주춤하고 있어 폴리실리콘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기술 진입장벽으로 경쟁이 덜했던 고순도 제품도 최근 거래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는 또 "지난해 과잉성장을 했고 현재도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추세"라며 "특히 유럽의 태양광 보조금(발전차액) 삭감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의 주요 수출시장인 유럽은 최근 태양광 보조금 삭감 기조가 확대되면서 불안정한 시장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태양광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운영하던 이탈리아와 스페인, 독일 등은 최근 잇따라 삭감정책을 내놔 시장에 충격을 안겨줬다. 영국도 조만간 보조금을 삭감할 전망이다. 유럽의 태양광 시장이 지나치게 팽창한 것이 보조금 삭감의 주원인이기 때문에 이 같은 기조는 장기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인 솔라앤에너지는 올해 세계 공급이 수요(17만4100t)를 약 1만1300t(6.3%) 초과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대규모 증설과 신규 진입으로 올해 공급능력이 대폭 확대되며 수급상황이 반전됐다는 것. 작년에 비해 올해 수요는 19% 늘어난 반면, 공급량은 약 40%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런 수급상황이 201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에쓰오일이 태양광을 신사업으로 택한 데는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의 영향이 컸다. 사우디는 석유산업에 이어 태양광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앞세웠고, 사우디석유공사인 아람코도 일본 쇼와셀 석유와 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태양광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우디는 폴리실리콘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우디 업체들은 사우디 사막에 주원료인 규소가 풍부하고, 정부 지원으로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이점을 이용해 유럽과 미국에 이어 가까운 중동까지 수출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아람코가 대주주인 에쓰오일이 한국실리콘의 지분을 인수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내 고순도 폴리실리콘 제조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그럴 개연성이 있지만 당사자들과 접촉해본 결과 에쓰오일에 한국실리콘의 경영권이 매각된 것도 아니고, 한국실리콘이 아직 고순도 제품 기술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서 단순한 자본 투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