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권, 대출 막히자 유가증권 투자로 눈돌려

2011-05-31 15:10

(아주경제 방영덕 기자) 국내 저축은행들이 대출 운용처가 마땅치 않자 주식 등 유가증권으로 투자처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산 규모 상위 8개 저축은행들이 보유한 유가증권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3조9805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8432억원) 대비 약 40%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유가증권의 평균잔액이 가장 큰 곳은 솔로몬저축은행(9378억원)이었다. 이어 현대스위스(5969억원), 한국(5791억원) 토마토(5715억원), 진흥(4762억원), 제일(3469억원), 경기(2683억원), HK(2038억원) 순이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경우 전년대비 66%의 증가세를 보이며 8개 저축은행 중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어 솔로몬(60.5%), 경기(58.6%), 제일(40%), HK(38.7%), 진흥(23.7%), 한국(22.7%), 토마토(19.1%) 순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유가증권 가운데 특히 단기매매증권인 주식의 보유 규모가 크게 늘었다.
 
토마토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160억원이었던 주식 규모는 올해 1분기 639억원으로 4배 가까이 커져 자금의 단기 운용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솔로몬저축은행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전년대비 각각 3.8배, 3배 정도 보유 주식의 규모가 증가했다.
 
이처럼 저축은행권에서 주식 등 유가증권의 보유 규모가 늘어난 것은 경기 침체 등으로 대출 확대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관계자는 "자금 운용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유가증권 투자는 불가피하다"며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고 자산운용을 분산화기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권에서 부동산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 부실화 문제가 불거진 이후 대출이 아닌 다른 쪽으로 여유자금을 운용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주식 투자를 늘릴 경우 장기적으로 봤을 땐 그만큼 투자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권에서 예대마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수익구조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보유할 수 있는 유가증권 규모 자체가 제한돼 있어 큰 위험이 따르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재 저축은행법상 유가증권 보유한도는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