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관 [사진= 서울유나이티드]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프로축구 전북 현대모터스의 선수 출신인 정종관(30)이 서울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목을 매 숨진 정종관의 사인은 자살로 추정되는 가운데, 검찰은 최근 논란이 되는 사안인 축구계 승부조작 사건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염두하고 자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아마추어 선수의 소속과 활약이 가능한 프로축구 하위리그인 챌린저스리그에서 선수로 뛰던 정종관이 30일 오후 1시 40분께 프린세스호텔(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의 한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시신 발견 당시 현장에는 정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A4용지 1장과 메모지 4장으로 된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메모지에는 "승부 조작에 관련된 축구인으로서 부끄럽고 괴롭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또한 승부조작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에서 수사받고 있는 두 명의 축구선수 이름을 언급한 뒤 "그 사람들 내가 시킨대로 한 것 뿐인데 조사를 받게돼 너무 미안하다. 나한테 의리를 지키려고 (승부 조작을) 한 것 같은데 내가 죽을 거니까…"라는 내용이 쓰여있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그가 남긴 유서에는 "승부 조작을 한 사실이 부끄럽고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내가 다 시킨 것이고 모두 내 책임이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경찰은 전했다.

강남서는 이러한 유서 내용을 창원지검 측에 통보했지만 유서 내에 공개된 선수 둘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더불어 경찰은 "현장에서 법의학 박사가 검시한 결과 외상이 없고 외부 침입도 없어 모든 정황상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정확한 사망한 원인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 특수부는 선수와 브로커를 연결한 혐의로 25일 정종관의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정종관은 체포 영장 발부 당시 잠적 상태로, 그 행방이 묘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산공고와 숭실대를 졸업한 정종관은 2004년에 K리그 전북 현대에 입단해 지난 2007년까지 79경기에서 6골 8도움을 기록했다. 유니버시아드 선발, 올림픽 상비군 등으로 뛰며 촉망받던 그는 2008년 병역비리에 연루돼 2009년에 임의탈퇴 형태로 전북을 떠났다.

사망전까지 송파구청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한 그는 지난해 3부리그인 챌린저스리그(구 K3리그) 서울 유나이티드와 계약했지만 단 한 경기에만 출전했고, 올시즌에는 경기에 나서지 않은 채 재활에 집중하며 구단과도 연락을 끊고 잠적하던 상태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