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풀린 삼성에 '비상벨'이 올렸다

2011-05-09 07:21
성장가도에 안주…인텔·애플 등 라이벌 맹추격

- 그간의 성장 가도에 너무 안주...경쟁업체들의 움직임은 빨라져
- 10년 전 '샌드위치론' 들고 나왔듯이 이건희 회장의 결단 요구돼 

(아주경제 한운식·이하늘 기자) 승승장구하던 삼성전자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LCD TV에서 소니를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애플과 한판 승부를 겨루던 삼성이다.

반도체에서도 시장 주도권을 휘둘렀다.

이처럼 성장 가도를 달리던 분위기에 너무 안주해 긴장의 고삐를 늦춘 탓일까.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에서 경쟁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삼성을 빠짝 겨누고 있다.

우선 미국 인텔의 행동이 예사롭지 않다.

인텔은 지난 4일 기존 트랜지스터와는 완전히 다른 3차원(3D) 구조의 새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인텔은 이 트랜지스터를 앞세워 반도체 신시장의 핵심으로 떠 오르고 있는 모바일 기기용 반도체를 올해 말부터 생산하기로 했다.

관련업계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휴대폰의 중앙연산처리장치(CPU)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을 만드는 삼성전자가 직격탄을 맞을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삼성과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애플이 부품 공급선을 바꿀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솔솔 나오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핵심부품인 AP 제작을 삼성 대신 인텔에 맡길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공급하는 부품의 연 납품 규모는 6조1852억원이다. 애플은 소니(6조8037억원)에 이어 2번째로 큰 고객이다.

애플이 새로운 파트너로 인텔을 선택하면 삼성전자의 부품 실적은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이 아니다.

일본 엘피다는 삼성전자보다 앞서 20mm(나노미터)급 D램을 오는 7월부터 상용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또 다른 악재다.

반도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이른바‘ 미세화연구 기술’에서 삼성이 게으름을 부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삼성에 위기감은 이미 감지되어 왔다.

삼성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뜯어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LCD, 휴대폰 등에서 상대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매출 36조에 2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측면만 따지면 애플(8조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3일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사옥에 출근했다.

이 날은 빈 라덴 사살로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시한폭탄이 설치됐다는 협박이 있던 날이었다.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이 회장이 생명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출근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이 회장 특유의 위기 의식이 발동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8일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평소 강조한 ‘위기론’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며 “10년전 이 회장이 ‘샌드위치론’을 들고 나와 위기를 돌파했듯이 이 회장의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