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수입사, 가격압박에 ‘사면초가’
2011-05-04 17:50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LPG수입사가 대내외서 가격압박을 받으며 궁지에 몰리고 있다.
국내서는 정부의 가격인상 자제요청이 지속되고 있고, 해외서는 공급사인 사우디 아람코가 가격을 대폭 인상하며 등을 돌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아람코는 이달 국제 LPG가격을 전달에 비해 프로판, 부탄 각각 70달러, 105달러 인상한 945달러, 995달러로 책정했다. 이는 프로판, 부탄 모두 사상최고치를 갱신한 것이다. 이번 국제가격 인상폭은 내달 국내 공급가격에 반영된다. 정부의 요청으로 잇따라 가격을 동결해온 LPG수입사는 다음달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아람코, 국내사정 외면하고 가격인상
이번 국제가격 인상폭은 다소 지나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절기는 난방수요가 감소하는 비수기라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비록 유가가 오르고 차량연료인 부탄이 성수기에 돌입하지만 프로판의 상승여력은 크지 않다.
시장 전문가는 “국제 LPG가격은 투기자금이 유입되며 지나치게 오른 측면이 있다”며 “예전보다 유가와 LPG가격 차이가 심하게 벌어져 조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아람코의 이번 가격인상은 국내 사정을 철저히 외면한 셈이다. 그동안 LPG수입사는 아람코측에 국내 사정을 전달하며 가격인상 자제를 지속 요청해왔다. 아람코의 수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런 요청은 쉽게 무시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실제 지난 2월 국제가격이 소폭 하락한 데는 이런 배경이 일부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E1 관계자는 이번 가격인상에 대해 “국제유가 인상폭이 뒤늦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인상 수준이 너무 높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아람코측에 항의도 하지만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SK가스 관계자도 “한국 입장을 고려해 달라고 매번 강하게 건의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압박에 손배소송까지 줄이어
이 가운데 LPG수입사는 그동안 가격동결로 누적된 기회비용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가격인상 자제요청을 해오는 바람에 LPG수입사들은 올 1월부터 가격인상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누적된 손실은 5월까지 E1과 SK가스 개별적으로 400~500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음달에도 정부의 요청이 이어지면 가격인상분 반영을 장담할 수 없다. 이번 국제가격 인상분에 대해 SK가스 관계자는 “6월 가격에 반영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내부 악재는 이 뿐만이 아니다. LPG수입사는 6월에 과징금도 납부해야 한다. 지난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적발로 SK가스와 E1은 각각 994억원과 1894억원의 과징금을 납부하기로 돼 있다. 이들은 분할납부를 승인받아 그동안 과징금을 나눠서 내왔는데 SK가스는 6월에 331억원의 미납분을 내야 한다.
E1은 지금까지 500억원의 과징금을 냈는데 남은 과징금 납부는 일단 보류된 상태이다. LPG수입사는 공정위의 담합결정에 불복하고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데, E1의 경우 과징금 규모가 큰 만큼 최종 법원 판결이 있기까지 과징금 납부가 유예된 것이다.
이와 관련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과정에서도 개인택시조합과 법인택시조합,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의 담합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줄을 잇는 등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택시업계 “가격동결은 고맙지만…”
소비자들은 최근의 가격동결에 만족하면서도 여전히 추가적인 가격인하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전국택시조합연합회 관계자는 “공급사가 인상요인에도 계속 가격을 동결해준 부분은 고맙게 여긴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가격이 적정수준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가격이 상승 기조를 타고 있기 때문에 택시업계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택시 업계 경기는 최악”이라며 “공급은 포화상태인데 버스와 지하철 등의 확대로 수요가 감소하고, 유가는 계속 오르는데 요금을 따라 올릴 수도 없어 적자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으로 택시업계는 사용연료가 LPG로 한정됨에 따라 발생하는 가격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경유나 CNG로의 연료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이 경유택시를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경유택시는 면세지원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렵고, 택시노조가 환경적인 측면 때문에 반대하고 있어 법안이 장기간 계류되고 있는 상태이다. 또 CNG택시도 기존 택시를 개조해야 하는데 대당 평균 400~5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어려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