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할인 "면피용"이라는데…그럴까?
2011-04-04 16:01
이달 중 과징금 발표…업계 당황속 "정부와 협의 가능성" 주장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SK에너지의 기름값 인하를 두고 정부와 협의가 오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가 주말 기습적 가격인하 방침을 밝힌 것이 이번주 정부의 가격TF(특별팀) 결과가 발표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SK에너지측은 정부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공교롭게 시점이 맞아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지난주 SK 고위 관계자가 정부를 자주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번 가격할인과 관련된 어떤 협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 쪽에서는 내달 발표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조사를 앞두고 과징금 수준을 낮추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는 정유사 원적지 관리 담합 혐의를 포착했다며 5월 중순까지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개별 정유사에 수천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 사례를 보면 SK가 5000~6000억원 정도의 과징금이 예상된다”며 “그럴 바에는 가격인하에 돈을 써서 과징금을 감면받고자 했을 것이란 추측이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SK에너지의 가격인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할인 수준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SK에너지가 3개월간 리터당 100원을 할인하는데 따르는 비용은 대략 27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K에너지의 이 같은 파격적인 가격할인 발표에 대해 다른 정유사들은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SK에너지를 따라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과 함께 가격할인 수준이 파격적인 만큼 부담이 큰 것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지난 주말 갑작스럽게 발표한 것에 대해 당황스럽다”며 “가격을 따라 내릴지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주유소업계도 이번 SK에너지의 가격할인 정책이 달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주유소 관계자는 “가격인하 효과를 위해 앞으로 3달동안은 SK가 공급가격 수준을 평소처럼 유지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공급가격을 높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