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부흥시대 열린다.
2011-04-05 09:25
정부 한옥 진흥 위해 연간 수십억원씩 지원<br/>한옥 건축법 및 과다 건축비 해결 방안 절실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바야흐로 ‘한옥 부흥시대’가 열렸다. 세계 경제력 순위 15위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더불어 전통의 가치를 찾자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그동안 외면받던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전통한옥의 모습으로 현대생활에 맞게 진화한 도시한옥에서부터 한옥 디자인을 적용한 아파트까지, 한옥이 진화하고 있다. 또 종전의 주거공간에서 이제는 공공기관·숙박시설·음식점 등 상업시설로도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옥에 살림집을 마련하는 젊은세대도 부쩍 늘고 있다. 개성 없는 ‘성냥갑 집(아파트)’ 대신 친환경으로 지어진 ‘나만의 집’을 찾겠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한옥 열풍 뒤에는 정부의 한옥지원정책이 한 몫을 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008년부터 지자체 한옥사업 중 홍보효과가 큰 사업을 선정, 매년 5억원 가량을 지원 중이다. 또 2009~2014년까지 360억원을 한옥기술개발 사업비로 투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옥의 멋과 우수성을 설계를 통해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한옥설계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키로 하고 5일 관련 교육기관 모집에 들어간다.
서울시도 지난 2008년 ‘서울 한옥선언’을 발표하고 10년간 3700억원을 투입해 한옥 4500동을 보전·신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서울 누하·가회·성북동 등 한옥 밀집지역에서는 시의 융자·보조를 받아 한옥을 개량하거나 신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2008년 7건에 그친 한옥 신개축 사업이 지난해 43건으로 늘었으며, 올 들어선 1분기에만 9건이 접수됐다.
한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가격도 급상승하고 있다. 성북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한옥은 위치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3.3㎡당 1500만~2000만원 정도에 거래된다”며 “작년 초만 해도 3.3㎡당 아파트보다 300만~500만원가량 싸게 거래됐는데 지금은 비슷할 정도로 가격이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옥 건축법규의 부재나 건축비 절감·대지의 효율적 이용 등에 대한 기술 부족 등 아직 갈 길이 멀다.
수작업이 많은 한옥은 시공기간이 길기 때문에 일반 철근콘크리트 구조 건축물에 비해 2~3배 가량 많은 건축비가 들어 간다. 또 한옥은 저층구조이기 때문에 토지 이용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현재는 서울시와 전라남도, 전북 전주시 등 일부 지자체가 한옥 수선과 신축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재정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현수 현대한옥학회장(연세대학교 주거환경학과 교수)은 “한옥의 현대화를 위해서는 치수 표준화나 모듈화 등 건축비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아직은 연구개발 단계에 불과해 한옥 건축 법규 제정 등 정부의 제도적 지원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