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전시에 흥정까지…아파트 주차장서, 왜?

2011-03-24 16:44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24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가양5단지 임대아파트 주차장.
출근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주차장에는 자동차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이 곳에 주차된 차량 일부는 중고차 거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몇몇 차량 앞에는 최근 날짜가 기재되어 있는 방문증이 부착되어 있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진화씨는 "근처에 있는 중고차 매매 단지에서 불법으로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다"며 "방문증을 컬러로 복사해서 세워두거나 외곽으로 놀러간다며, 3일 후에 차를 가져가겠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고 말했다.또 다른 주민 최연수씨도 "주차장에서 중고차를 흥정하는 것을 몇번 목격했다"며 "주차장에 세워둔 중고차때문에 정작 내 차를 주차시킬 공간이 없어 옆단지에 세워둔 적도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같은 중고차 관련 불만사례가 최근 들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거래 불만접수 건수는 총 1만 1083건으로 지난 2009년 3203건에 비해 4배 늘었다. 아파트 주차장 불법 이용 뿐 만아니라 고객과의 허위 거래 등에 대한 시민의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국내 중고차 거래는 연간 200만대 가량이다. 시장 규모도 13조 5000억에 달한다. 올해는 60여종이 넘는 신차가 출시되기 때문에 중고차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동차 리사이클 기간이 짧아지며 가격이 하락,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거래되는 중고차 매매 가운데 40%는 당사자 거래이고 60%는 사업자간 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사자 거래 가운데 80% 이상은 허위 매매로 추정된다. 허위 매매는 중고차 매매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보유하지 않은 차량을 낮은 가격으로 올려놓고, 이를 사려는 고객에게 다른 차량을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거래 행위다.

실제로 중고차 매매 사업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되며 거래량에 비해 사업자가 우후죽순 양산됐다. 공급 업체 과잉으로 개인사업자가 증가하고 세금을 내지 않는 매매사원이 10만명에 달해, 불법 주차 및 허위매매 등 잘못된 사례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도 각종 소비자 피해 사례만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거래 시스템을 정비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를 마련해야 중고차 산업을 선진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개인사업자들의 등록 방법을 마련해 납세자의 의부를 부담시켜야 한다"며 "또한 우수 매매사원을 육성하고 국가 인증 매매사원 양성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신뢰성 있는 중고차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