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정운찬 전 총리, 실제 모습과 너무 달라 혼란”

2011-03-22 19:08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2007년‘신정아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39) 씨가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자전 에세이 ‘4001’ 출간 기념회를 갖고 “학력위조는 잘못이지만 직접 위조하진 않았다“라고 밝혔다.

신 씨는 "지난 약 4년의 시간 동안 누구하고도 이야기를 할 수 없었기에 매일 이야기를 써내려갔다“며 "4001에는 그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예일대 박사학위의 전말, 연인 관계였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만남, 동국대 교수 채용과정과 정치권 배후설에 대한 진실 등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책 제목인 ‘4001’은 신 씨의 수인번호(囚人番號)다.

신 씨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이 있었지만 에디팅됐다“고 밝혔다.

서울대 교수직 제의와 관련해서는 당시 서울대 총장이었던 정운찬 전 총리가 서울대 미술관장직과 교수직을 제의했으나 자신이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언론을 통해 보던 정 총장의 인상과 실제로 내가 접한 정 총장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 ‘달랐다’의 의미는 혼란스러웠다는 뜻이다. 정 총장은 처음부터 나를 단순히 일 때문에 만나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만나려고 일을 핑계로 대는 것 같았다.”(100쪽)

신 씨는 책에 일부 실명을 거론한 이유에 대해 “4년이 지난 지금 책을 내고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입장에서 어느 부분은 감추고 어느 부분은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면서 “실명이 등장하지 않으면 이야기의 앞뒤가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일부는 실명, 일부는 이니셜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온 신씨는 “제게는 중요한 내용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피해가 될 수 있어서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거쳐 최소한의 이야기만 담았다”고 말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배후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고 노 전 대통령은 살아계시지 않기 때문에 언급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웠고 죄송하다“며 제 처지가 좋은 입장이라면 그렇지 않겠지만 욕되게 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사실이기 때문에 일부만 말을 아끼면서 썼다”고 밝혔다.

신 씨는 또 학력 위조에 관해서는 “브로커를 통했든 아니든 간에 전적으로 제 잘못이다”라며 “다만 이 위조부분에 대해 남의 도움을 받은 것은 잘못이지만 직접 위조를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5월 말에 예일대와 동국대 소송 결과가 나오는데 구체적인 것은 그 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신 씨는 “제 사건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마음 고생을 했는데 그분들께 보답해 드리는 건 열심히 사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신 씨는 1997년부터 금호미술관, 성곡미술관 등에서 큐레이터로 일했다. 2001년 예일대에 입학한 후 2005년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2007년 10월 학력을 속여 교수직을 얻고 미술관 공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뒤 1. 2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으며, 2009년 4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한편 신 씨는 ”이 세상에 계시지는 않지만 제가 마음 속으로 가장 아프게 생각하는 분이 저희 아버지라 이 작품을 표지로 삼았다“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