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동건설시장과 실리외교

2011-03-16 18:16

김영배 건설부동산부 부장
(아주경제 김영배 기자)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정신이 없을 정도다.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대지진과 쓰나미, 이에 따른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머릿뉴스를 장식하던 카다피와 반정부군간의 내전 등 리비아 뉴스는 한 귀퉁이로 밀려났다. 이 와중에 짤막하게(일본 쓰나미와 원전폭발사고가 워낙 중요한 탓이지만) 보도된 중동의 또 다른 뉴스 가운데 하나가 바레인 사태다.

바레인 민주화혁명이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뉘어진 이슬람 종파간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뉴스다. 바레인은 사우디아라비아 바로 위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섬나라로 인구의 약 25%를 차지하는 수니파가 200년 넘게 집권하고 있는 왕정국가다. 나머지 75%인 시아파가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숫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수니파가 바레인을 통치할 수 있었던 것은 맏형격인 수니파의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가 뒤에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위에 견디지 못한 바레인이 사우디 등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인구의 90%가 시아파인 이란은 아라비아반도에 '시아파 벨트'를 구축한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그 세력을 조금씩 넓혀 가고 있다. 사우디의 바레인 병력 파견에 비난 공세를 퍼붇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우디의 개입으로 자칫 다 된 밥에 콧물을 빠트릴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실제 이란은 지난 1981년 바레인에 폭파 공작원을 보내 수니파 정권을 전복하려 한 적이 있을 정도로 같은 이슬람이지만 사우디와 관계가 좋지 않을 정도로 이슬람 종파간 갈등이 심하다.

때문에 리비아는 물론 종파간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중동 사태가 어떤 식으로 결말을 짓느냐에 따라 세계질서는 물론,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리비아는 예상과 달리 '카다피의 승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전망이 나오면서 군사개입에 대한 각국의 입장도 달라지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적극적인 지지를 밝히고 있지만 미국이나 아랍연맹은 지지하는 듯 하면서도 적극성은 내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반대 입장이다.

모두가 경제적 이권 때문이다. 아프리카 자원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은 이번 기회를 리비아 석유시장에서 경쟁국을 제칠 호기로 삼고 있다. 러시아는 얼마전 18억달러 규모의 무기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군사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 편에 서야 할 것인가. 수니파나 시아파 양 측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비책은 없는 것일까.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우리 해외건설 수주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황금시장이다. 일본 대지진 못지 않게 황금시장을 지키고 나아가 더 늘릴 수 있는 현명한 실리외교가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게 다가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