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법 개정 논란.. 靑, 겉으론 ‘신중’ 속은 ‘부글부글’
2011-03-07 17:30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국회의원에 대한 ‘입법로비’를 사실상 허용토록 한 정치자금법(정자법) 개정안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일단 겉으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7일 “해당 법안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입장은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 신중하게 처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해당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시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데 대해서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언급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수의 여권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주말을 거치며 이번 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여론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데다, 특히 이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인 ‘공정사회 구현’에도 반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일부 참모진 사이에서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회가 신중히 처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청와대의 공식 반응은 아직 법안처리 일정 등이 구체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할 경우 자칫 국회의 입법권 침해로 비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기습 의결한 정자법 개정안은 △의원이 기부 받은 정치자금이 ‘단체의 자금’이란 사실이 명확할 때만 처벌할 수 있고, 또 △의원이 자기 업무와 관련해 정치자금을 받은 경우엔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될 경우 여야 정치인 6명이 연루된 청목회(청원경찰친목협의회) 입법로비 의혹 사건은 처벌조항이 사라져, ‘면소(免訴)’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선 “법을 개정하더라도 적용시점은 다음 19대 국회로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검찰 등 법조계는 “전형적인 입법권 남용이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청와대 내에선 이 같은 ‘민감’한 법안을 처리하는데 있어 당·청간에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데 대해서도 내심 ‘불쾌’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김 대변인도 “대통령은 이번 법안과 관련한 내용을 사전에 보고받은 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