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사태… '삼중고'에 빠진 건설업체

2011-02-23 16:59
향후 해외수주 우려부터 근로자 안전문제·휘청이는 주가까지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일어난 시민봉기의 여파가 아랍권 전체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면서 중동에 진출한 국내 건설업체들이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올해 중동권 및 아프리카 해외건설 수주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물론 리비아 현지 근로자의 안전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건설사의 주가가 ‘급락’을 반복하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 건설업계 주가 연일 '곤두박질'

중동 국가들의 정국 불안이 건설업체들의 해외 실적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되면서 주요 건설사의 주가가 연일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증권시장에서 건설업종지수는 지난 18일부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2일에는 전날보다 6.6% 내린 199.91를 기록했으며, 이어 23일에도 0.5% 떨어진 198.92로 장을 마감했다. 건설업지수 200선이 깨진 건 지난해 11월 17일 이후 석 달만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GS건설 등 주요 건설사의 주가는 22일 평균 7% 가까이 폭락한 후 23일 소폭의 회복세를 보였지만, 건설업계 전반적으로는 이날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해외건설의 비중이 비교적 높은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의 경우 전날보다 각각 3.32%, 0.56%, 0.42% 하락하면서 이틀 연속 주가가 떨어졌다.

동양종금증권 정상협 연구원은 “현재 건설업종의 주가 하락세는 리비아사태와 관련해 실적 불확실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며 “상황이 계속 진행될 경우는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크며, 특히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로 사태가 확산될 경우 하락세가 더욱 커질수 있다”고 말했다.

◆ 현장·근로자 안전대책 ‘골머리’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에도 리비아 동북부와 트리폴리 지역 등 건설현장 3곳에서 차량 및 장비가 탈취되는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또 이날 9시 벵가지 남서쪽으로 140㎞ 떨어진 D건설 즈위티나 현장에서는 시국이 어수선한 틈을 타 현지 고용한 인부들이 차량 5대를 탈취해 달아났다가 현지 원로들의 설득으로 반납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이 피해가 속출하는 데도 현지 교민 및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현지 근로자 및 교민 철수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지 공항 폐쇄 등으로 출국 수단이 마땅치 않은 데다 이동경로가 시위대에 점거된 상태여서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일부 사업장의 경우 식량조달조차 걱정해야 할 형편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건설업체들도 작업을 중단한채 본사와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비상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지의 통신사정이 녹록치 않아 상호 연락마저 두절되기 일쑤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지만, 현지 인원을 수송할 수 있는 항공편 마련이 쉽지 않고 출국비자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시위 주변국 확산시 해외수주 치명타

국내 건설사의 지난해 총 해외 수주액 715억7300만달러 중 65.9%인 472억4900만달러를 중동에서 수주했지만 리비아 사태가 증폭되면서 올해 이같은 수주액 달성은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와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 중동 지역 20개 국가에 진출한 국내 업체는 모두 308개로 공사 건수는 402건이며 규모는 1379억달러(공사잔액기준)에 이른다.

건설업계는 현지 사정으로 인해 중동 각국에서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되자 곤혹스런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공기 지연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 및 수익성 하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지역 전반에서 공사가 지연·중단되면서 기성금 수령이 예상되는 데다 신규 수주가 예상됐던 사업들마저 발주 중단이 이어지는 것도 건설사의 시름을 깊어지고 하고 있다.

특히 리비아의 경우 D건설이 미수라타 복합화력발전소와 벵가지 복합화력발전소 등 7곳에서 모두 20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진행중이며, H건설은 벵가지 송전선로와 트리폴리 발전소 등 4곳에서 총 25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벌이고 있다.

국내 건설사의 리비아 주택사업도 대부분 공사가 중단된 데다 장비 약탈, 사업장 방화 등으로 이번 사태 후 사업 재개는 물론 정상화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리비아에서 국내 건설사가 진행중인 주택사업은 총 90억달러 규모로 집계됐으며 시공잔액만 79억달러에 이른다.

◆용어설명

걸프협력회의 (Gulf Cooperation Council) : 페르시아만 연안의 산유국이 정치, 경제, 군사 등 각 분야에서 협력하여 종합적인 안전보장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1981년 5월 설립한 기구다. 참가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6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