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한동우號 출범… 분파주의 척결·재일교포 끌어안기가 관건

2011-02-15 08:57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조직 화합과 안정을 이끌 차기 회장으로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을 내정했다.

한 내정자는 지난 9월부터 5개월 이상 계속된 경영진 내분 사태를 봉합하고 실추된 그룹 이미지를 개선해야 할 중책을 맡게 됐다.

또 신한금융이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임무도 부여받았다.

그러나 선출 과정에서 라응찬 전 회장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재일교포 주주들은 물론 조직 내부의 반 라응찬 인사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8년 ‘신한맨’ 화려한 컴백… 조직화합 최우선 과제

신한금융은 내홍을 겪은 지난 5개월 동안 만신창이가 됐다.

지난해 2조383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업계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조직 내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임원들은 물론 일반 직원들까지 ‘친 라응찬’과 ‘친 신상훈’으로 갈려 반목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한 내정자가 단일 후보로 선출된 직후 강조한 것도 ‘조직 화합’이었다.

한 내정자는 “신한에서 28년을 일한 '신한맨'으로서 조직이 빠른 시일 내에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특히 형님의 마음으로, 부모의 마음으로, 선배의 마음으로 (반대 진영의 인사들도) 모두 다 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한금융이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거치면서 브랜드가치가 많이 손상됐고 조직 분열의 상처도 입었다”며 “분파주의가 계속 된다면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재일교포 주주와 관계 회복 성공할까

그러나 한 내정자도 라응찬 전 회장의 지원에 힘입어 단일 후보로 선출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향후 조직 화합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그룹 내 영향력이 막강한 재일교포 주주들과의 관계 회복에 성공할 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라 전 회장과 완전히 등을 돌렸다. 이번 회장 후보 선출 과정에서도 라 전 회장이 지원하는 후보를 낙마시키고 본인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내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14일 열린 신한금융 특별위원회에서 표가 분산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표결 결과에 승복할 지는 미지수다.

한 내정자는 재일교포 주주와의 관계 회복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신한은행 창립 당시부터 재일교포 주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후보들 중에도 가장 오래 교분을 나눴다”며 “누구보다 재일교포 주주들의 창업 이념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식 취임까지 남은 절차는?

신한금융 특위는 차기 회장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임시 기구다. 특위가 단일 후보로 내정한다고 해서 바로 회장으로 취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한금융은 오는 21일 주주총회 소집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한다. 이날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후보를 확정하고 주총 안건으로 넘긴다.

라 전 회장과 이백순 전 은행장이 14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신상훈 전 신한금융사장이 오는 3월 말 임기 만료로 이사직을 내놓게 되면서 한 내정자의 친정체제 구축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라 전 회장과 이 전 은행장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태평로 신한지주 본점에서 열린 신한지주 이사회에서 각각 이사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들이 물러난 자리는 한동우 회장 내정자와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채우게 된다.

신한금융 이사회 규정상 등기 이사는 15명 이내로 구성되는데 현재 12명이며 이 숫자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한 내정자는 다음달 23~25일 열리게 될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이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대표이사를 기존 회장 및 사장 2인에서 회장 1인으로 축소한 만큼 한 내정자는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