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영수회담, 이게 아닌데..." 여야 명분 싸움에 '곤혹'
2011-02-09 09:09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 간의 이른바 ‘여야 영수회담’ 개최 문제에 대한 청와대 입장은 “못 만날 이유는 없지만, 지금 같은 식으론 곤란하다”로 정리된다.
2월 임시국회 개회 등 국회 정상화 문제를 두고 여야가 아웅다웅하는 현 시점에서 ‘덜컥’ 영수회담에 나설 경우 ‘정치적 딜(거래)’을 위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엄밀히 말해 국회 정상화와 영수회담은 별개 사안이다”면서 “그런데 원내대표 회동에서 두 사안이 마치 연계된 것처럼 비쳐 문제가 상황이 꼬인 것이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당초 영수회담 개최는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간 접촉과는 별도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연초니까 한 번 만나야겠다”며 영수회담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경색된 여야관계를 풀기 위해선) 여야 대표가 만나야 한다. 걸핏하면 (야당에서) 청와대·대통령 운운하며 ‘사과하라’는데 여야가 우선 소통해야 하고 대통령은 그 다음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춘석 민주당 대변인은 “손 대표나 당 지도부는 영수회담에 어떤 전제조건도 걸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손 대표가) 국민의 목소리를 전하는 과정에서 예산 ‘날치기’에 대해 언급할 텐데 그러면 (이 대통령도) 입장을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결국엔 청와대에서 장외투쟁을 접고 국회로 돌아오는데 대한 확실한 명분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청와대는 민주당이 요구하는 입장 표명이 곧 ‘대통령의 사과’를 의미한다고 보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 원내대표 역시 “영수회담은 빠를수록 좋다”면서도 (예산·법안 강행처리에 대해선) 국회의장과 내가 사과하면 된다”고 맞섰다.
정치권 고위 관계자는 “결국엔 신뢰의 문제다. 여야 모두 상대방 요구대로 다 했다간 뒤통수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청와대는 영수회담과 국회 정상화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과는 관계없이 일단 손 대표 측과의 접촉을 통해 회담 시기와 형식, 의제 등에 대한 조율작업을 계속해나가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실무선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정진석) 정무수석도 대통령에게 원론적인 수준이지만 '앞으로 야당과 만나 영수회담 준비를 하겠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계속 국회를 방치해놓을 수 없다는 건 누구보다 여야 정치권이 잘 알고 있다"며 "원만한 해법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