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여의도 70층 건물, 지역주민 "부담"..왜?

2011-01-26 18:23
기부채납·분담금 만만치 않아…30평대 1억원 이상 내야

(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압구정을 제외한 4개 한강변 전략정비구역의 지구단위계획이 속속 확정되면서 이 일대 주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26일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안에 따르면 여의도에는 70층 높이의 초고층 건물 3개동을 비롯해, 컨벤션·쇼핑·문화가 어우러진 복합시설인 아레나시티, 아파트 8000여가구가 들어서게된다. 또 합정동 인근의 홍대입구 역세권은 개발 대신 존치로, 이촌구역은 대규모 남산녹지축이 조성되게 된다.

이날 오후 2시 여의도의 한 아파트 내 부동산 밀집 상가. 이 곳에는 주민들의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었다. 여의도의 기부채납비율이 무려 40%에 달하고, 용산국제업무지구와 맞먹는 사업규모가 주민들에겐 부담이 되는 탓이다.

A공인 관계자는 “서울시가 발표한 안을 보면 결국 기부채납(40%)으로 발생한 이익으로 초고층 빌딩 건립 등 공공성격이 강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주민들이 이를 실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용산국제업무지구도 대규모 시행사와 시공사가 사업을 꾸려도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주민들의 힘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사업속도가 가장 빨라 내년에 착공할 예정인 성수지구는 높은 기부채납비율 및 분담금과 전무한 세입자 대책으로 골몰하고 있다.

성수지구 거주자인 허모씨(43·여)는 “추진위는 개발을 빨리하고 싶어하지만 사실 일반 주민들은 기부채납비율도 너무 높고 분담금 부담도 만만치 않아 개발을 반대하는 입장이다”며 “상대적으로 넓은 지분을 갖고 있는 30평대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1억원 이상을 내야 할 정도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원주민 정착률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이 곳의 원주민 정착률이 17%를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진위 측과 서울시가 3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세입자 대책은 전무하다. 내년부터 당장 사업이 시행될 경우, 이 곳에 사는 세입자들은 모두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하지만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세입자들은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이 지역 세입자인 이모씨(32)는 “세입자 이주대책은 현재까지 전무한 상황”이라며 “이 일대 전셋값도 크게 올랐는데 대체 어디로 가야하는 건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성수지구 전략정비구역조합추진위 관계자는 “도정법에 따르면 세입자문제에 대해 이주대책을 세우도록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주민 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세입자들의 이주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합정전략정비구역 인근 홍대 일대 부동산 시장은 실망매물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이 일대에도 초고층 건물이 건립될 것이란 기대감에 투자를 했던 매수자들은 서울시가 이 지역의 문화를 보전하기 위해 존치키로 하면서 잔뜩 찌푸린 상황이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요즘 이 지역 대지 지분 평당가는 4000만~4500만원 가량으로 지난해보다 많이 떨어졌다"며 "기존 지분 매물이 많이 쌓여있어 새로 내놔도 거래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