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대한통운 인수전…대기업, 물류업체 인수 왜 열 올리나

2011-01-18 17:20
자회사 친인척 구성돼 사적 이익 취해…중기 피해 불 보듯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인수·합병(M&A) 시장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에는 대한통운이다. 포스코가 공식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가운데 재계 1위 삼성그룹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롯데그룹, STX그룹 등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조업에 기반을 둔 이들 대기업의 물류시장 진출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기존 물류업체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보완함으로써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3자 물류의 규모가 줄어 2자 물류로 시장이 회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화된 서비스가 필요한 대기업

국내 주요 그룹들은 대부분 계열사로 물류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글로비스와 LG그룹구본호씨가 대주주인 범한판토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밖에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 사장의 마이트앤메인, 김승연 회장의 누나가 대주주인 한화그룹 한익스프레스, 삼성전자의 삼성전자로지텍, 롯데그룹의 롯데로지스틱스, 두산그룹의 세계물류 등도 손에 꼽히는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이다.

이들 대기업이 물류 자회사를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자사 제조업의 특성을 고려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즉 기존 전문 물류업체들이 자동차ㆍ전자 등 산업 특성에 맞는 물류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글로비스 관계자는 “국내 해운물류업체 중에서는 자동차 운반선을 보유하고 있는 거의 없다”며 “기존 전문 물류기업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물류 시장 진출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대한통운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포스코 역시 “신일본제철이나 바오산강철, 아르셀로 미탈도 물류회사를 갖고 있다”며 “포스코 해외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물류, 대우인터내셔널이 삼국무역을 통해 발생하는 물류 등을 고려, 대한통운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 대기업이 자신들의 경영 노하우를 살려 자사 물량 외에도 다양한 부가 물류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물류업체 “시대 흐름 역행한다”

하지만 기존 물류 업체들은 대기업 진출로 3자 물류시장이 축소되고 2자 물류시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3자 물류는 효율적인 물류 전략과 계획의 제안 등 종합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통합 물류서비스를 말한다.

반면 2자 물류는 계열사 등 특수관계 기업에 물류 부문을 맡기는 것으로, 통상 3자 물류가 2자 물류보다 전문화된 물류 방식이다. 정부에서도 3자 물류 확대를 위해 한국무역협회 공동으로 컨설팅지원사업을 펼치는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대한통운 인수를 통해 물류사업을 나설 경우 미칠 파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해외 수출 물량 규모는 100조원 안팎이다. 게다가 세계 각지의 원자재 조달과 제품 수송을 현지 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요 그룹들의 물류 자회사들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도 대기업들의 물류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중소 물류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의 대주주가 오너 친인척들로 구성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사적인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각종 불법과 편법으로 중소 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도 “대기업 물량이 많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거래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글로비스는 ‘화주-포워딩업체-선주’로 이어지는 물류업계의 정상 계약형태를 무시하고, ‘화주-포워딩업체(물류업체)-글로비스-선주’로 이뤄진 비정상적인 계약을 통해 무리한 매출 늘리기에 나서 업계의 빈출을 산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