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의 중국이야기 7-2> 노동자의 한숨은 체제의 시름이 되고...
2011-01-09 16:01
7 황제를 대체한 중국 공산당
7-2 흔들리는 오성기의 별들.
중국 국기 오성(五星)기에는 큰 별 한개와 작은 별 네개가 나란히 그려져 있다.
해석이 조금식 다르지만 큰 별 하나는 중국의 정협과 공산당의 영도, 작은별은 각각 노동자, 농민, 혁명적 지식계급, 애국적 자본가를 뜻한다는 게 통설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끄는 혁명 1세대 지도부가 오성기를 제정해 신중국을 건립할 당시만 해도 공산당이 노동자 농민계층을 얼마나 중시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공산당 당장(黨章)에도 중국 공산당은 농민 노동자를 지도하고 이끄는 선봉자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이런 선봉자인 공산당이 잘 지도를 못해서 그런지 노동자 농민의 위신이 요즘 말이 아니게 추락했다. 노동자들은 이미 가장 취약한 사회계층으로 전락했고 농민들은 개발 바람속에 자의반 타의반 경작지까지 뺏긴 채 도시로 내몰리고 있다.
일거리를 찾아 왔다는 의미로 다궁(打工), 또는 농민출신 공인(노동자)이라는 뜻으로 농민궁(農民工)이라 불리는 도시 노동자들은 상당수가 도시를 유랑하는 빈민이나 다름없다. 도시마다 이들 다궁, 농민공들이 수십만명, 많게는 수백만명씩 넘쳐나고 있다.
베이징(北京) 동쪽 통저우(通州) 개발구. 지난 2008년 늦가을 이곳에 들렀을때 공단내 막사 곳곳에는 구직 벽보가 일자리를 달라는 아우성 처럼 나부끼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보수는 얼마라도 좋다. 무슨일이라도 할테니 일자리를 달라고 야단이었다.
용접공 쉬(許)씨는 40여시간 걸리는 열차를 타고 네이멍구(內蒙古) 하이라얼(海拉彌)에서 달려왔으나 서너달후에야 일자리를 얻을수 있었다. “통치집단이 누군지 상관 없어요. 공산당이든 국민당이든 의식주 걱정없이 잘 살게 해주는 세력이 최고 아닌가요” 쉬 씨는 공산당에 대한 생각을 묻자 쏘아붙이듯 말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훌륭한 고양이다'는 의미로 ‘흑묘백묘(黑猫白描론)’을 설파했다. 이말은 자본주의든 뭐든 생산성을 높일수 있으면 최고다는 주장으로, 홍색 이데올로기에 대변혁을 불러왔다. 흑묘백묘론에 빗대, 요즘 중국엔 잘살게만 해준다면 ‘공산당이든 국민당이든(共黨國黨論)…… ’ 하는 메아리가 대륙에 울려퍼지는 느낌이다.
2008년 초반 베이징 인근 공단의 철제 도장회사 산한(三韓)유한공사의 한국인 정 사장은 종업원 급여가 평균 1000위안(당시 18만원)안팎이라고 귀뜸했다. 정 사장은 어쩌다 회식을 하자고 하면 노동자들은 차라리 몇십위안씩 돈으로 나눠달라고 요구한다고 소개했다.
급여도 그렇지만 이들에게 가장 힘겨운 것은 고용불안이다. 노동법이 있지만 공단에서 노동자 해고만큼 쉬운 일도 없다. 자주 해고당하는 악몽을 꾼다는 한 노동자는 안심하고 일할 직장이 있다는 것만도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깊은 한숨과 팍팍한 생활고는 그대로 체제 시름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중국 사회의 앞날에 그늘을 두리우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언젠가 중국 오성기안의 ‘노동자의 별’이 완전히 빛을 바랠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