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슈빌리 "러시아와 전쟁 않겠다" 선언

2010-11-24 18:37


"러시아와 더이상 싸우지 않겠다."
    '반(反)러시아 친(親)서방' 정책을 밀어붙이며 2008년 러시아와 전쟁까지 치렀던 미하일 사카슈빌리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대통령이 23일 러시아와의 갈등 해결을 위해 무력적 방법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 지도부에 정치적 대화를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회의에서 연설하며 "현재 조지아 영토의 5분의 1이 러시아군에 점령당해 있긴 하지만 영토 회복을 위해 절대로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제안을 먼저 한다"고 밝히고 "우리는 러시아 지도부와 진지한 정치적 협상을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사카슈빌리는 "러시아가 점령군 철수를 거부하고 러시아군 병사들이 (점령지역 주민들에 대한) 인권 침해를 심화한다 해도 조지아는 우리가 통치하고 있는 80%의 영토에 대한 침범이 있을 때만 방어권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8월 러시아와의 '5일 전쟁' 이후 러시아군이 진주해 사실상 실효 지배하고 있는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자치공화국을 되찾기 위해 무력을 동원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동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빼앗긴 영토를 되찾겠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것에 비하면 상당히 후퇴한 유화적 발언이었다.
    사카슈빌리는 자신의 제안과 관련 "모든 국가는 주권을 지키기 위해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싸울 권리가 있고 또 싸워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러시아와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배경을 아프가니스탄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은 소련 점령군을 무찌르긴 했지만 나라는 파괴되고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며 "조지아는 현대적인 유럽 국가가 돼야 하고 아프가니스탄처럼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되찾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이 지역이 황폐해지고 혼란을 겪으면서 제2의 아프간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1979년 진주한 소련군과의 끈질긴 싸움을 통해 10년 뒤 점령군을 몰아내긴 했지만 지금도 분열과 혼란을 겪고 있는 아프간 상황을 염두에 둔 말이다.
    사카슈빌리는 무력 불사용에 대한 제안을 담은 서한을 유엔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유럽연합(EU) 지도부에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와의 전쟁 이후 조지아의 자치공화국이었던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독립을 승인하고 치안 유지 지원 명목으로 두 공화국에 계속 자국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이에 조지아는 러시아가 자국 영토를 점령하고 있다며 반발해 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