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주펀드, '펀드런' 악천후에도 '쾌속질주'
(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그룹주 펀드가 밑독 빠진 펀드시장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다. 대부분 펀드가 투자자의 외면을 받고 있지만 그룹주펀드에는 자금유입이 잇따르고 있고 국내외 주식펀드 대비 양호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30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7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펀드를 대상으로 삼성계열사에 주로 투자하는 삼성그룹주펀드(31개)와 현대 및 현대차, LG 등 그룹에 투자하는 기타그룹주펀드(54개)에 지난 8월 둘째주부터 넷째주(9~27일)까지 각각 총 909억원, 692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전체 국내주식펀드(ETF 제외)에서는 2000억원 이상 자금이 빠져나가 대조된다.
김희망 에프앤가이드 연구원은 "8월 들어 증시가 변동폭을 키운 가운데 상대적으로 그룹계열사들의 어닝서프라이즈 등이 부각되면서 그룹주펀드에 더 많은 관심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수익률도 국내주식펀드 대비 선방했다. 국내주식펀드 연초이후 수익률이 2.35%인데 비해, 삼성그룹주펀드는 8.79%, 기타그룹주펀드는 3.93% 수익을 냈다.
펀드별로는 '대신GIANT현대차그룹증권상장지수형투자신탁[주식]'이 21.96%로 가장 선방했다. 이어 현대그룹 계열사에 투자하는 '현대그룹플러스증권투자신탁'이 14%대 수익을 냈고, 삼성그룹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들은 5~10%대 수익 폭을 기록했다.
이날 출시 1주년을 맞은 KB자산운용의 'KB한국대표그룹주펀드'는 12개월만에 설정액이 4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상품은 앞서 출시한지 백일만에 수탁고가 1000억원 이상 몰려 주목을 받았다. 연초이후 수익률도 벤치마크(코스피200) 수익률 1.59%를 3배 이상 웃돈 6~7%나 됐다. 세계 상위권 기업을 보유하면서 전기전자(22%), 운수장비(16%), 화학(10%) 등 업종에 투자하는 운용전략이 주효햇다.
심효섭 KB자산운용 팀장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산업지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수출주 비중을 높게 가져간 것이 좋은 성과를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펀드 환매 대란 속에서도 그룹펀드가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것은 세계 경쟁력을 확보한 대기업의 실적을 누릴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최근 그룹주펀드는 한 그룹에 제한되지 않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운용돼 분산투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매력을 더해준다.
실제 그룹펀드 상품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30여개에 불과했던 그룹펀드가 최근 두배 이상 늘었다.
김종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그룹주펀드는 전통적 강자였던 삼성그룹주펀드 외 LG그룹주, 5대 그룹주와 같은 다양한 유형의 상품이 골고루 성과회복에 나서고 있다"며 "외국인 매수세가 대형주를 위주로 늘어나고 있어 주도펀드 중 하나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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