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 포커스] "아시아권 소비자는 달라"
미국 마케팅 전문기업 그레이그룹이 최근 낸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권 소비자의 66%는 어떤 브랜드의 제품을 구입할 것인지를 매장 안에서 결정한다. 브랜드에 대한 호불호가 대개 매장 안에서 판가름난다는 얘기다.
그러나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이들은 신문과 방송, 광고전단은 물론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유사한 제품들 가운데 선호하는 브랜드를 결정하는 복잡한 소비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소비자는 겉으로 보기에 즉흥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복잡한 소비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소비자행동'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그레이그룹이 아시아ㆍ태평양지역 6개국, 21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아시아권 소비자의 눈에 드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소비자행동상의 특징 3가지를 소개했다.
아시아지역 소비자들은 무엇보다 소비 예산을 책정하는 방식이 다르다. 필요로 하는 상품이 아니라 통상적인 소비 규모를 고려해 매장 방문 횟수를 기준으로 예산을 정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중국 소비자들은 장을 볼 때마다 평균 15~30달러어치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평균 예산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선택하거나 고가의 '프리미엄' 상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생필품 리스트'라는 것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포춘은 다양한 상품들을 한 데 모은 일종의 '장바구니 아이템'을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품목은 장을 볼 때마다 구입하는 필수품으로 구성하되 염가제품부터 고가제품에 이르기까지 선택의 폭을 넓혀 제한된 예산 범위 내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해주라는 설명이다.
포춘은 또 아시아권 소비자들은 가격 때문에 브랜드의 진정성(authenticity)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레이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지역 신흥시장의 소비자 57%는 매번 동일한 브랜드의 제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할인행사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일례로 판촉행사의 일환으로 공짜상품을 끼워 파는 데 대해 인도인들은 '과소비'라고 평가했고 홍콩 소비자들은 '공짜 상품은 쓸모없다'고 했다.
또 45%는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가 할인행사를 하면 브랜드의 품질을 의심할 것이라고 했다. 가격이 싸다는 것만으로는 구매 의지를 북돋을 수 없다는 얘기다. 포춘은 특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아시아권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선택하는 데 더욱 신중을 기하게 됐으며 기업의 이미지나 질적인 면에서 진정성을 띤 브랜드의 가치를 중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포춘은 아시아권 소비자를 상대로 행사를 벌이려면 금전적인 가치보다는 심리적인 가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스스로 '합리적인 소비'를 통해 똑똑한 선택을 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포춘은 브랜드의 진정성을 전달하면서도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포춘은 매장 직원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소비컨설턴트'로서 소비자를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레이그룹의 조사에서 아시아 소비자들은 대개 판매사원을 귀찮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77%는 상품에 대한 정보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들은 제 때 등장한 판매사원의 충고나 추천은 좀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레이그룹 조사 결과 아시아권 소비자의 56%는 제품 구매 전에 매장 안에서 제품을 직접 사용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포춘은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사원들을 교육하고 개인 특성에 맞춰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판매사원들이 기업에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을 전해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브랜드 대변인'으로 양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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