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고점 높인 코스피의 향후 시나리오
4월 들어 코스피가 새로운 고점을 경신하였다. 패색(敗色)이 짙었던 경기에서 멋진 역전승을 거둔 느낌이다. 직전 고점을 형성했던 1월 중순 이후 ‘중국의 지준율 인상’, ‘미국의 상업은행 투자규제안’, ‘유럽의 재정적자 위기’와 같은 악재들이 연속해서 등장하면서 지수 조정에 무게가 실렸었다. 그러나 코스피는 2월 중순 우려 속에서 반등을 시작하여 40여 일만에 정상을 재탈환하였다.
이번 코스피의 반등은, 조정이 나타날 것이라는 시장의 컨센서스를 이겨냈다는 점 외에도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경기 모멘텀(거시 경제지표들의 전년동기비 증가율)’의 둔화를 이겨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기선행지수(전년동월대비증가율)는 2009년 12월을 정점으로 상승탄력이 둔화되었고 경제성장율 역시 1분기를 고점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거 경기모멘텀이 둔화되는 국면에서는 대부분 주가가 먼저 고점을 형성하고 하락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경기 둔화에 따른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들이 분분했다.
코스피가 이러한 우려를 뚫고 상승할 수 있었던 기저에는 미국의 경기회복과 IT업황의 호황이 놓여 있다. 미국의 경제지표들은 2009년 2분기 서베이지표(ISM제조업·비제조업 지수, 소비자신뢰지수 등)의 개선을 시작으로 2009년 말과 2010년 초에는 생산 및 소비 지표들의 뚜렷한 개선세가 나타났다. 최근에는 미국의 고용지표들마저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기회복 신호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미국 경제의 회복 기미는 더블딥 우려의 감소와 함께 세계 경기의 회복 신호로 인식되면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고무적으로 변화시켰다. 또 한가지, 세계 경기의 회복은 IT수요를 증가시켰으며 국내 반도체 업체들을 중심으로 호황의 수혜를 누리게 하였다. 결국 시가총액이 큰 IT주를 중심으로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집중적으로 유입되면서 코스피는 전고점을 갱신할 수 있었다.
향후 코스피는 ‘추가적인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택 가격을 살펴보면 3월 이후 개선세가 뚜렷해지는 계절성이 나타나는데 생산, 소비, 고용 부문에 이어 주택부문까지 호전될 경우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강해질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상반기 기업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호재다. 2009년 말 추정치 대비 연간 이익 전망치가 상향조정되고 있는데, 특히 상반기에 대한 실적 추정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기업이익의 상향조정은 코스피의 저평가 매력을 부각 시킬 수 있으며 이는 다시 외국인 순매수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다만 코스피 경로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추가적인 상승’으로 표현한 것은 위험요인을 감안한 하락에도 대비해야 함을 언급하기 위해서다. 예상되는 가장 위협적인 위험요인은 중국의 고강도 긴축가능성이다. 과거 중국의 고강도 긴축은 어김없이 한국 증시의 충격으로 이어졌다. 경기의 소프트랜딩을 위해 중국 당국이 지준율 인상과 함께 대출 억제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나 부동산 가격의 상승률 등이 잡히지 않을 경우 당국의 고강도 긴축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의 경기모멘텀이 1분기를 고점으로 하강국면에 접어드는 것도 위험요인이다. 한국 증시는 경기모멘텀이 감속하는 구간에서 대부분 하락세를 면치 못하였다.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미국 경기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현재는 미국의 실업률이 더 이상 높아지지 않고 있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실망실업자들이 구직활동을 시작할 경우 실업률이 다시 재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현재 시점에서 예상되는 코스피 경로는 추가상승을 기록한 후 조정국면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고점이 나타나는 시기는 미국의 경기회복 기대감이나 중국의 소프트랜딩 성공 여부에 따라 늦춰질 수도 당겨질 수도 있어 보이며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는 4월말에 의미 있는 변곡점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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