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울리는 증권사 채용과정
2009-10-27 17:53
일부 증권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지원자 응시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첫 관문인 서류지원 자격을 대학으로부터 추천받은 취업준비생에게만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은 증권사들이 편의를 위해 취업대란이란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소형사인 유진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과정에 대학 추천제를 실시했다. 신영증권도 대학 추천 지원자에 가산점을 부여했다.
올 하반기 약 40명의 신입사원을 뽑을 계획인 유진투자증권은 이르면 내주 안에 최종 합격자를 가려낼 예정이지만 이 증권사가 신입사원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아는 취업준비생은 거의 없다.
채용공고 대신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내 취업지원센터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지원자에게만 응시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약 10명의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하이투자증권도 마찬가지다.
하이투자증권 인사담당자는 “경기가 풀렸다고 해도 중소 증권사는 적극적으로 신입사원을 모집할 상황은 못된다”며 “채용규모가 적기 때문에 검증된 지원자를 받기 위한 방법을 택한 것이다”고 전했다.
신영증권은 각 학교에 채용공고를 내는 동시에 서울시내 11개 대학에 한해 100명에 달하는 지원자를 추천받아 가산점을 부여했다.
신영증권 인사담당자는 "등락을 좌우할 만한 가산점은 아니다"고 설명했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가산점은 아무래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50명 내외의 직원을 채용할 계획인 이 증권사 채용시험엔 약 3000명의 지원자가 몰려 약 6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들 증권사는 중소형사 특성상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지만 꼭 중소 증권사만 이런 방법을 택하는 것은 아니다.
대형사인 우리투자증권도 올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응시자격을 사내 인턴사원 경험자로 국한했다.
문제는 인턴사원 선발이 마찬가지로 각 대학 추천에 의해 이뤄진다는데 있다.
물론 정부 ‘일자리 나누기’ 사업 일환으로 선발된 인턴사원도 있지만 불과 15명에 그쳐 하계와 동계 대학 추천을 통해 선발된 인턴사원 56명에 훨씬 못 미치는 형편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채용방법을 두고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검증된 인턴사원을 대상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기로 결정했다”며 “경쟁률을 올릴 수도 있지만 많은 응시자가 몰리면 기계적으로 끊을 수밖에 없는데다 의미 없는 시간을 낭비하는 셈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취업준비생들은 이런 채용방식에 불만을 토로했다.
타 대형증권사에 입사 지원한 정 모씨는 “금융권 취업을 위해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음에도 대학 추천제도와 같은 장벽을 만들어 지원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취업이 하늘에 별 따기라는 현실을 외면하는 이기적인 처사”라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또 대학 추천제도로 인해 지방대 출신 취업준비생이 소외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신영증권처럼 지원자 추천 자격을 서울시내 소재 대학에만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지방대로부터도 추천을 받았다"며 "지방 영업점에 필요 인력이 있기 때문에 지방대 출신 지원자가 차별받을 소지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방대 출신 준비생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지방대 졸업생 박 모씨는 “아무리 지방에 지점이 많아도 서울만 하겠느냐”며 “실력이 아닌 추천제를 통해 채용하면 지방대 출신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실제 한 대형 증권사는 지방 소재 지점이 38개인 반면 서울 및 수도권 소재 지점은 78개로 두 배가 넘는다.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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