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한 대우건설.."어떤식으로든 빨리 결정나야"

2009-06-29 16:43

"그냥 담담합니다. 모두들 이제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분위기에요.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려면 성과를 더 내서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지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매각을 공식화한지 만 하루만인 29일, 대우건설 직원들은 그리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겉으론 평온하면서도 담담한 분위기다.

이미 매각설이 계속 흘러 나온데다 일부에서는 대우건설이 독자 노선을 준비하는 것이 감지되고 있다는 소문까지 계속돼 왔다. 신울진 1, 2호 원전사업 수주에서는 대우건설과 금호건설이 각각 따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그동안 함께 해오던 사업도 지금은 거의 분리된 상황이다. 현재 대우건설에는 금호그룹 출신 임원도 2006년 말 옮긴 김안석 부사장이 유일하다.

◇ 겉으로 평온하면서도 담담

대우그룹이 붕괴된 지난 1998년 이후 워크아웃을 시작으로 모진 풍파를 견디며 쌓인 내공이 깊어진 것도 임직원들이 담담한 이유다. 

하지만 사실 대우건설 임직원들 간에는 입장이 갈리고 있다. 차라리 잘 됐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금호그룹에 인수돼 한 솥 밥을 먹은 지는 만 3년. 그동안 두 회사는 서로 다른 문화속에 적응하느라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각자의 스타일대로 경영과 사업참여를 하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도 낮게 흘러 나오고 있다.

실제로 보수적인 그룹문화를 지닌 금호와 달리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스타일은 대우건설로서는 '돌 다리도 두드리고 간다'는 금호그룹의 경영방식에 속을 태우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또 산업은행 사모펀드(PEF)가 인수할 경우 향후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받아 임직원들이 주인이 될 가능성도 열어둘 수 있다.

금호가 대우건설을 재매각키로 결정을 했지만 선뜻 매수자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수 가능 기업으로는 LG그룹과 롯데그룹, 포스코그룹, 효성 등이다. 다만 이들 그룹이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해서 어떤한 의향을 내비친 것이 아니라 환경상 그나마 인수할 수 있는 후보군이라는 평가다.

이들 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사업영역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어려워진 경제 상황, 특히 부동산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막대한 인수비용을 부담하면서 인수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 산은 사모펀드에 일단 둥지 틀듯 

때문에 업계에서는 금호가 제3의 인수자를 찾는데 나서겠지만 산업은행 사모펀드로 넘어갈 확률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처럼 경제상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공개매각으로 매수기업을 찾기는 어렵고 금호 입장에서도 PEF에 넘길 경우 자금조달이 쉽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대외신인도가 하락할 염려도 있다. 재매각이라는 해외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경쟁사들이 악소문을 낼 경우 해외사업 수주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일반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수주도 이 같은 이유로 피해를 볼 수 있다.

일부 직원들은 향후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 닥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사실 금호그룹이 인수한 후에는 큰 폭의 구조조정은 없었다. 임직원 수도 3400여명에서 지금은 3700여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하지만 매각이 결정된 이상 또 다시 구조조정이라는 폭풍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직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새로운 주인을 찾기 보다는 임직원들이 주인이 되는 회사가 가장 이상적이긴 하다"며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빨리 결정이 나야 사업에 차질을 빚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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