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세계 車업계 ‘노사 함께 위기 넘자’ 확산
GM 몰락 이후 세계 자동차 업계는 노사가 함심해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구조조정 한파에 좌절하기보다 이후를 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이는 GM의 몰락이 위기의식의 결여에서 비롯됐다는 깨달음에서 얻어진 것이다. 이런 위기감을 ‘조직의 DNA화’하는 데 실패한 GM과 달리 도요타, 폭스바겐, BMW 등은 위기감을 ‘조직의 DNA화’해 변화와 혁신의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앞서 도요타는 1949년 파산 위기로 CEO가 물러나고 30% 이상의 인력을 감축한 경험을 결코 잊지 않았다. 그 결과 경영실적이 좋을 때일수록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조직 문화를 보유하게 됐다.
폴크스바겐은 1993년 적자 위기를 맞아 노사 대타협을 통해 이를 극복한 이후 위기의식을 ‘조직의 DNA화’해 변화와 혁신 동력으로 위기에 강한 체질을 만들었다. BMW도 마찬가지다. 1959년 재무 악화로 벤츠에 합병될 뻔했던 경험 이후 ‘우리는 결코 1959년을 잊지 않고 있다’라는 상시적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혁신의 조직 문화를 창출해 냈다.
이에 반해 GM은 30여 년 동안 진행된 기나긴 쇠퇴과정에서도 위기의식을 갖지 못해 몰락하고 말았다.
최근에 와서도 이들 업체의 움직임은 남다르다. 도요타 노조는 회사가 살아야 종업원도 산다며 기본급을 동결하고 보너스를 삭감하는 내용에 전원 찬성해 통과시켰다. 유럽의 강호 폴크스바겐 역시 비정규직 1만6000명 전원을 해고하고 근로시간을 줄여 정규직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구조조정과 임단협을 둘러싸고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오랜 세월 벌여온 모습과 너무도 똑같다.
법정관리중인 쌍용차 노조는 평택공장에서 옥쇄파업을 벌이다 결국 공장에 공권력이 투입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사측의 계속된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강경투쟁을 벌여 회생의 길이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산업은행에 공적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GM대우는 구조조정 등의 자구책 마련에는 관심도 없다. 임직원 임금 삭감을 했지만, 지원만 받으면 된다는 식으로 사실상 나 몰라라하고 있다. 주요 주주로 뉴 GM의 경영에 참여하게 된 UAW의 변화와 대조되는 모습이어서 논란을 낳고 있다.
◇한국차노조, 내분에도 임금인상요구‥현실인식 결여
내분으로 지도부가 총사퇴한 현대차는 이 상황에도 금속노조 지침대로 임금인상을 위해 투쟁수위를 높이겠다는 한심함을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거론조차 하지 않은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며 그룹사 노조들과 연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명분 없는 투쟁으로 사면초가 신세로 몰렸다.
이는 전미자동차노조(UAW)와 현대차 노조의 올해 임단협안만 보더라도 극명히 드러난다. 그동안 파업을 볼모로 회사를 압박해 왔던 UAW는 2007년 단협안에서 한 발 물러난 수정안을 마련했다. 급여동결, 상여금 중단, 휴가 축소, 퇴직자 의료지원 축소 등 복지 혜택을 줄였다. 2015년까지 파업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 퇴직자건강보험기금(VEBA)에 대한 회사 측 출연금도 삭감했다. 이로 인해 연간 약 12억-13억 달러 노동비를 줄였다.
반면 현대차 노조의 올해 임단협 요구안은 상식이하다. 총 고용보장 요구는 물론 2009년 결산 이후 당기순이익 30%를 성과급(정액)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신차종 개발시 국내 공장에서 우선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생산직의 월급제 전환도 별도로 요구했다. 과거 UAW가 보여줬던 과도한 경영간섭의 전형이다. 결국 사측과 협상이 난항을 겪자 윤해모 지부장 등 지도부가 총사퇴했다. 여기에는 금속노조와의 갈등도 한 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간과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회사가 영속하며 건재해야 노조도, 상급단체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가 망하면 일자리도, 보금자리도 없어진다. 당장 길바닥에 나 앉게 된다. 피눈물을 흘리며 쓰린 가슴을 움켜쥐게 된다는 말이다. 노조가 먼저 위기의식을 갖고 세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이미 위기는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GM과 크라이슬러의 파산으로 미국에서는 자국 회사를 도와야 한다는 애국주의 역풍이 불 조짐이 보이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지난달 7.5%로 소폭 상승하며 6위를 기록했지만, 이는 바람 앞의 등불에 불과하다. 애국주의가 퍼질 경우 순식간에 곤두박질 칠 수 있다.
국내 사정도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현대차는 물량감소로 1분기 공장가동률이 70%에 그쳤다. 일부 공장은 여전히 휴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결국 한국차의 노동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일본차에 비해 한국 車산업 노동생산성은 70% 이하다. 주된 원인은 매년 인상된 인건비 때문이다. 이것이 생산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쟁력 강화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노조의 과도한 경영개입과 단기적 이익추구는 결국 대규모 구조조정을 부를게 분명하다. 노조의 무차별 파업이 GM과 크라이슬러의 앞날에 암운을 드리웠음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아주경제=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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