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확인요청 취하의 '숨겨진 비밀'은 ?

2009-03-20 09:19
병원들, 반강제적으로 민원취소 요구...환자들, 의료 공급체계상 거부 힘들어

환자들이 병원에 진료비를 과다하게 납부한 것 같아서 관계기관에 진료비 확인요청 민원을 제기하면 병원이 환자에게 반강제적(?)으로 민원을 취하하게 만드는 경우가 발생,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의료서비스 공급체계상 환자는 의료기관 앞에 약자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고질적인 병폐라는 지적이다. 

18일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환자들이국내 대형병원들을 상대로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요청 민원을 제기했다가 다시 취하한 건수가 1천 여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빅5 병원'에 대한 진료비 확인요청 후 취하건수는 서울아산병원이 644건으로 가장 많고, 서울대병원 250건, 삼성서울병원이 217건, 세브란스병원 87건, 강남성모병원 27건 순으로 나타났다.

환자가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을 요청했다가 다시 취하시키는 이유는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진료비 확인요청 민원이 제기되면 해당병원이 환자에게 연락을 취해 민원을 취소시키기 위한 합의절차에 들어가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심평원에서 확인작업을 거쳐 환불금 지급결정이 내려지지 전에 병원이 환자측과 합의처리해 버리면 사건을 간단히, 그리고 적은 환불금으로 무마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환자에게 과다징수한 진료비가 100만원이었을 경우,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요청 민원을 제기해서 진료내역을 확인해 본 결과 실제로 100만원이 과다징수된 것으로 확인되면 병원은 100만원을 고수란히 환자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환불금 지급결정이 내려지기 전에는 진료에 대한 정보(또는 지식) 부족한 환자의 특성상, 병원측에서 100만원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하더라도 쉽게 합의가 가능하다.

더구나 환자 입장에서는 목숨이 위급할 정도로 중증환자이거나 장기환자일 경우, 계속 해당 병원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측의 합의요청을 사실상 거절하기도 힘든 처지이다.

이와 관련 심평원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이 같은 취하건에 대해서 아무런 사후조치를 하지 않았으나, 앞으로 취하시킨 민원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취하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설문조사 결과 취하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취하건에 대해서도 일정수준의 가중치를 매겨 진료비를 가감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진료정보에 대한 공개를 보다 확대시켜 환자들이 병원을 상대로 대등한 관계에서 진료비 조정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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