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 신청한 기린 이대로 무너지나
쌀 과자로 유명한 부산의 대표기업 기린이 극심한 경영난으로 결국 회생절차를 밟는다.
5일 기린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부산지방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했다고 지난 4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기린의 회생절차 신청을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부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린은 경영상의 어려움 등으로 지난해부터 CJ제일제당 등과 인수합병(M&A) 협상을 벌여왔으나 번번이 무산되면서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1969년 설립된 기린은 쌀과자 '쌀로별'을 비롯해 아이스크림，양산빵 등을 생산해온 부산의 대표적 제과업체다. 이번 회생절차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협력사에도 여파가 미쳐 부산 경제에 악영향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회사의 대주주는 옛 거평그룹 나승렬 회장의 장남 나영돈 기린개발 사장으로, 우호지분을 포함해 20.08%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린의 경영난이 심화된 것은 빙과. 제과. 제빵 공장 등 3개 공장을 무리하게 지으면서 끌어들인 차입금에 대한 금융비용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2006년 4월 수원 빙과공장, 같은 해 11월 수원 제과공장, 2007년 11월 부산 제빵공장 등 잇따라 3개 공장을 완공하는 데 약 650억 원을 쏟아 부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경기가 급속히 침체되고 원자재 값이 급등한 가운데 환율까지 올라 현금 유동성에 시달려 왔다.
게다가 2006년 4월 공사 중이던 수원 제과공장에서 불이 났지만 보험사의 방화의혹 제기로 아직까지 보험금도 지급받지 못했다. 기린은 현재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청구 소송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롯데제과에 주문자부착생산(OEM)방식을 통해 자사의 쌀 과자를 공급하고, 이마트에 PL(자체상표)상품을 공급하는 등 다각적인 경영정상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린 관계자는 “부산에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매각하고 마지막 한번 남아있는 보험소송에서 보험금을 확보 할 경우 회생 여력이 충분하다”며 “자생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회생절차신청을 했고 M&A 작업도 계속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기린의 지난해 매출은 936억 원으로 2007년도에 비해 8% 신장했지만 120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민지 기자 choimj@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