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개혁, 회장 경영인 채용

2009-02-06 15:19

   농협에 이어 수협도 전문 경영인 체제로 본격 전환될 전망이다.

   수협의 개혁 방향도 큰 틀에서는 농협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권한을 가진 수협중앙회장의 힘을 빼는데 있다.

   문제는 농협 개혁과 마찬가지로 국회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선 수협의 조합장들이 가진 정치력이 국회를 압박해 개혁이 무산되거나 흐지부지될 수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통해 1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조기 상환하는 문제도 발등의 불이지만 재정 당국은 이런 방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진통이 예상된다.

 
◇ 수협중앙회장 명예직으로
수협개혁위원회는 6일 발표한 수협 개혁안에서 중앙회장을 비상임 명예직화하기로 했다. 농협중앙회장과 비슷하게 가는 것이다.

   수협중앙회장은 지도(어업인 교육).경제(수산물 유통).신용(금융) 등 3개 사업부문 중 지도사업을 실제 도맡아 운영하면서 이 부문의 인사권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개혁위는 지도사업을 경제사업과 통합해 전문 경영인인 경제사업 대표이사가 맡도록 했다. 이에 따라 중앙회장은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또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인사추천위원회를 신설해 지도.경제 대표이사와 상임감사, 사외이사, 조합 감사위원 등을 추천한 뒤 총회에서 최종 선출하도록 바꾸기로 했다.

   지금은 연임에 제한이 없지만 앞으로는 단임제가 도입돼 4년만 일할 수 있게 된다. 전체 조합장(94명)이 총회에서 중앙회장을 뽑는 직선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 공적자금 조기 상환
1조1천581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조기 상환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수협중앙회는 외환위기를 거치며 생긴 부실을 메우기 위해 2001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는데 원래는 2027년까지 상환하면 된다.

   조기 상환을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2011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는데 이 경우 지금은 자본으로 잡혀있는 예보의 출자금이 부채로 분류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마이너스(11.4%→-3.9%)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중앙회가 일선 수협을 지원할 수 없도록 막혀있는 것을 풀어야한다. 공적자금을 받을 당시 '경영 정상화가 우선'이란 이유로 신용사업에서 번 수익의 일부를 지도사업에 쓸 수 없도록 칸막이를 쳐둔 것이다.

   그 결과 일선 조합이나 어업인들은 '중앙회가 조합에 해주는 게 뭐냐'고 불만을 가져왔다.

   공적자금을 조기 상환할 경우엔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서 할인율이 적용돼 규모가 줄어든다. 예보가 지난해 국회에 보고한 액수는 약 3천억원이었다.

   문제는 수협이 자체적으로 이 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협 신용 부분이 연간 1천억∼1천500억원 정도의 수익을 내고는 있지만 부실채권도 처리해야하고 공적자금도 상환해야한다.

   수협은 이에 따라 임직원과 지도사업 부문, 수산 관련 단체 등의 출자로 500억원, 46개 정상조합의 출자로 200억원 등 700억원을 마련하는 대신 정부가 나머지 2천300억원을 출자와 출연 형태로 지원해달라는 안을 내놨다.

   그러나 재정 당국은 이 같은 형태의 정부 지원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지 국민의 세금을 투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출자 형태로 지원한 돈은 나중에 수협이 정부에 상환해야하지만 공적자금의 상당 부분이 다시 정부 재정으로 대체된다는 점에서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형태이기도 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협도 자구책으로 일정 부분 돈을 부담하기로 한 만큼 예산 부처와 다시 협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 일선 조합장도 비상임으로

원칙적으로 일선 조합장도 비상임화하는 대신 상임직으로 전문 경영인을 두기로 했다.

   조합장 등 임원의 자격기준을 강화해 금융기관에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거나 조합사업을 별로 이용하지 않은 사람은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하기로 했다. 또 조합장이 임기 중 조합 경비로 애.경사에 기부하지 못하도록 하기로 했다.

   중앙회와 일선 조합에 대한 구조조정도 이뤄진다. 중앙회는 3년간 인원의 약 10%인 237명(인건비 105억원)을 줄이고 통제성 예산도 20%(연간 194억원)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전 임직원의 임금 동결도 시행 중이다.

   조직 통폐합으로 조직을 슬림화하고 적자를 보는 경제 사업장은 문을 닫는 한편 수산물 유통과 횟집을 겸하는 바다마트.바다회사 같은 사업장은 2010년까지 자회사인 수협 유통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지난달 계약 이전을 마친 완도군 수협 외에 6개 부실 수협은 2010년까지 통폐합되는 등 회원조합도 수술을 받는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해 이달 중 수협법이 개정되도록 하는 한편 정부와 수협 관계자가 참여하는 수협 개혁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공적자금 조기 상환 방안, 구조조정 방안 등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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