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신의직장’(?) “옛말”
인력 감축 및 임금 동결·삭감... 업무강도는 ‘UP’
‘공기업=신의직장’이라는 공식이 무색해지고 있다.
정부의 강도 높은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에 따라 대다수 공기업이 최근 인력 감축 및 임금동결·삭감 등의 조치를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나누기’(잡쉐어링)가 점차 증가세에 있는 탓에 기존 근무인력은 물론 취업희망자까지 고액연봉을 기대하기 어려워져 ‘신의직장’이라는 닉네임은 설 자리가 없어진 분위기다.
공기업 일각에서는 업무과중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 정년보장 없고, 임금은 하락추세
사기업에 비해 공기업은 ‘정년보장’이라는 요소가 특히 메리트로 꼽혀 왔으나 이제는 이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한국전력공사는 최근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을 통해 향후 순차적으로 12.3%(2500여명 추산)에 해당하는 인력을 줄이겠다고 밝혔으며 한국가스공사 역시 300여명 규모의 인력감축안을 내놓은 상태다.
타 공기업들도 이를 내부적으로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공기업 60여 곳에서 인력 1만9000명을 3~4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한데 따른 조처다.
잡쉐어링을 확대키 위한 임금동결 및 삭감조치도 공기업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최근 임원 및 간부급 이상 직원 총 108명의 올해 임금 인상분 9200여만원을 반납키로 결정했고 코레일(옛 철도공사)은 지난해 11월 임원과 부장급 이상 간부들의 임금 인상분 18억원을 자진 반납한 바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한국수출보험공사 등도 예외는 아니다.
이는 기존 근무인력과 충원예정 인력들의 미래수익이 그 만큼 깎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체적인 연봉수준 하락과 맥이 통한다.
◆ “삼성보다 많이 일했으면 일했지...”
앞서 언급한 공기업들의 처지는 업무강도 상승과도 무관치 않다.
해당업무나 사업축소 계획 없이 인력만 감소, 기존 업무를 담당하던 한 근로자가 다른 업무까지 맡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
한 공기업 관계자는 “실적은 매년 상승세에 있고 올해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실적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적이 올라가는 만큼 소요인력이 늘어나 충원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늘어난 일감을 개개인이 나눠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러한 현상은 대부분의 공기업들이 겪고 있을 것”이라면서 “삼성보다 많이 일했으면 일했지 덜 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정시퇴근은 상상할 수 도 없다는 부연이다.
또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시행(2007년 4월)이 된 뒤 ‘신의직장’이라는 개념은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면서 “공운법 시행 이후 공기업들이 정부의 철저한 통제와 규제를 받고 있어 근무환경이 까다로워진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공운법은 과거 정부투자기관법과 정부산하기관법을 통합한 것으로 정부기관을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으로 세분화해 강력한 정부규제를 받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