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롤러코스터냐 완만한 회복세냐'

2009-02-05 11:27

  국제통화기금(IMF)과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올해와 내년의 한국 경제 전망을 각기 다르게 내놓고 있어 경기 회복 속도에 대한 논란이 무성하다.

   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등 10개 해외 투자은행들은 올해 한국 경제가 롤러코스터가 아닌 완만한 'U'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3일 올해 아시아 경제전망에서 한국이 'V'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 것과는 다르다.

   투자은행들은 또 한국의 회복세가 아시아 주요 10개국 가운데 평균에도 못 미칠 것으로 평가해, 세계 최고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IMF의 예측을 무색하게했다.

   아울러 IMF가 제시한 우리나라의 올해 -4% 성장 전망은 수치상 무의미하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많아 우리 경제를 차분히 다시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 경제회복, 'V'자형이나 'U'자형이냐
IMF는 올해 한국 경제가 벼랑 끝에 몰렸다가 내년에는 산꼭대기로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현기증이 날 정도로 'V'자 곡선을 그리며 회복기에 접어든다는 전망이다.

   IMF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작년 11월 24일 2%로 봤다가 지난 3일 -4%로 조정했다. 불과 두 달 사이에 전망치를 놓고 냉온탕을 오간 셈이다.

   IMF는 한국 경제가 작년 동기 대비 1분기 -5.1%, 2분기 -5.9%, 3분기 -5.7%를 보이다가 4분기에는 플러스 0.9%로 돌아서며 연간 -4%를 기록해 급격한 경기 위축을 전망했다.
그러나 IMF는 한국 경제가 하반기부터 회복되기 시작해 내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폭인 8.2% 포인트나 반등하면서 '플러스 4.2%'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즉 올 2~3분기에 저점을 찍고 급성장하는 'V'형 회복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투자은행들의 시각은 다르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10개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최근 발표한 전망치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평균 -2.3%로 예상했으며 내년에는 3.5% 성장을 전망했다.

   이들 투자은행은 지난해 11월에는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1.2%, 12월에는 0.8%로 봤다가 이번에 -2.3%로 재조정한 것이다.

   투자은행별로 살펴보면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에 대해 바클레이즈 -2.0%→4.0%, 시티 -1.8%→3.6%, 메릴린치 -0.2%→3.5%, 모건스탠리 -2.8%→3.8%로 보고 있다.
이들 투자은행 또한 올해 한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IMF처럼 급속히 빠졌다가 올라가는 모습이 아니라 약간 완만한 'U'자형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본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 정부 또한 마이너스 성장은 예상하지만 IMF 전망처럼 -4%까지 급격히 떨어진다는 전망에는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이고 많은 전문가들도 고개를 흔들고 있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IMF 전망에는 정부의 내수 부양책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망치가 기관마다 편차가 너무 크므로 -4%라는 수치에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성권 굿모닝신한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각종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는데 IMF가 이런 정책들을 반영해서 성장률을 전망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 올해.내년 성장률 亞 주요국 8위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보는 한국의 올해 및 내년 경제 성장률은 아시아 주요 10개국 평균에도 못미친다.

   그만큼 경제 침체도 심하고 회복 속도도 빠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 또한 IMF가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회복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들 투자은행은 중국 등 아시아 주요 10개국 성장률 평균을 올해 1.0%, 내년 4.5%로 예측해 한국에 대한 전망치보다 3.3% 포인트, 1% 포인트씩 앞서고 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은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중국이 8.2%로 1위며 인도(5.2%), 인도네시아(3.6%), 필리핀(2.4%), 말레이시아(0.5%), 태국(0.5%), 대만(-1.3%), 한국(-2.3%), 홍콩(-2.3%), 싱가포르(-3.0%) 순이었다.

   내년 성장률은 중국(8.2%), 인도(6.8%), 인도네시아(4.8%), 말레이시아(4.0%), 필리핀(4.0%), 싱가포르(3.7%), 대만(3.7%), 한국(3.5%), 태국(3.3%), 홍콩(2.9%) 순으로 높게 전망됐다.

   즉 한국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8위 정도로 전망돼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회복세가 양호한 편이다.

   투자은행들은 미국의 경우 올해 -2.0% 성장을 한 뒤 내년에 2.0%로 반전하며 일본은 올해 -3.1%에서 내년 1.1%, 유럽은 -2.0%에서 0.9%로 서서히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이 'U'자형 회복세라면 이들 국가는 '넓은 원반형'의 모양을 띨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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