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약발 잃은 신용평가사들… 어디로 가나?
기업은 물론 국가 신용등급을 쥐고 흔들던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생존의 기로에 섰다.
모럴헤저드와 관련 신용위기의 근원지인 월가와 다를바 없다던 비난을 받고 있는 이들 신용평가사들의 발목이 묶이는 방안이 지난 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채택된 것이다.
SEC가 채택한 새로운 관리 규정은 신용평가사들이 투자은행들에게 실시하는 증권 패키지에 대한 조언을 금지하고 있으며 직원들이 고객으로부터 25달러 이상의 선물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SEC의 규제 강화는 그동안 보이지 않는 무기로 절대적인 권력을 누려온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감독당국의 규제 강화에 부응한다며 인력보강과 신용평가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업계가 밝히고 있는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 대다수 투자자들의 반응이다.
SEC 위원 5명이 새로운 규제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가시지 않고 있다.
SEC의 규제 강화만으로는 그동안 신용평가사들과 기업, 국가간 이뤄졌던 관행들이 쉽사리 개선되지는 못한다는 우려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용평가사 자체적으로 투자와 관련된 일체의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역량부족과 함께 모럴헤저드라는 죄목으로 공격을 받게 되면서 투자자들이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해야 할 신용평가사가 모럴헤저드에 빠졌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러니한 상황속에서 SEC의 규제 강화만으로 오만한 신용평가사들의 콧대를 꺾을 수 있을지 역시 의심스럽다.
당국의 규제 강화 조치가 단순한 솜방망이에 그칠 것인지 신용위기 사태를 맞아 투자자들 위에서 군림하던 신용평가사의 환골탈태를 이끌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