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학원들, 돈 빼돌리기 '수준급'

2008-11-30 15:16


    국세청은 30일 학원 세무조사 착수를 발표하면서 지난 8월부터 실시된 8차 고소득 자영업자 기획조사 등 이전 세무조사에서 들통난 학원들의 탈세 백태를 소개했다.

   이들이 쓰는 전형적 수법은 ▲현금만 받거나 현금으로 받은 부분에 대한 축소신고 ▲차명 계좌 이용 수강료 받기 ▲비용 부풀리기 등 일반 기업들의 탈세에서 나타나는 전형적 수법이 모두 포함됐다.

     교육청의 신고 수강료를 비웃듯 제멋대로 수강료를 책정하다시피 해온 학원들은 이런 식으로 구현한 높은 이익률에 힘입어 외국 펀드들로부터 '투자 러브콜'을 받는 등 사교육비에 허리 휘는 학부모들과 대조적으로 활황을 누려왔다.

  
◇ "방학특강은 제 호주머니로 주세요"
국세청은 서울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정모씨(42세)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이다 학원 계좌가 아닌 정씨와 직원들의 개인 금융계좌에서 출처가 뚜렷하지 않은 입출금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을 파악했다.

   금융거래를 추적한 결과 이는 정씨 학원이 받아낸 수강료의 일부였다.

   방학특강이나 학교시험, 수능직전 보충수업 명목으로 임시강좌를 만들고는 수강료 가운데 교육청에 신고한 만큼은 신용카드로 받거나 현금영수증을 발급해 세정당국의 눈을 피하고 초과징수한 만큼은 개인계좌로 현금입금 받은 것이다.

   이렇게 탈루한 수입금액이 21억원이었고 수입금액 탈루를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 강사에게 지급한 성과급 7억원의 비용신고도 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탈루소득 14억원에 대해 법인세 등 모두 5억원을 추징했다.

  
◇ 수강생 기록부 없애기도
서울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이모씨(51세)는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하자 수강생기록부와 수강증 발급현황 등 과세 근거자료를 없앴다.

   하지만 이씨의 시도는 곧 실패로 돌아갔다. 국세청이 수강생을 통해 이씨의 학원이 수강료를 현금으로 내면 카드수수료만큼 할인해준 사실을 알아내고 현금수입분 파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관리이사 컴퓨터에 들어있는 접근이 제한된 현금수납분 집계표를 찾아낸 뒤 금융추적조사를 벌여 현금으로 받은 수강료 15억원의 신고가 누락됐으며 이 돈으로 18억원 상당의 개인명의 부동산을 사들인 사실까지 찾아냈다.

   이씨는 15억원을 숨기려다 법인세 등 11억원을 추징당하고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포탈세액 상당액에 해당하는 벌금까지 물게 됐다.

  
◇ 실기수강료 차명계좌로 받는 미술학원
서울에서 입시준비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최모씨(45세)는 교육청에 18만∼36만원의 수강료를 받는다고 신고해놓고는 실제로는 50만∼65만원씩을 학부모들에게 받아내면서 신고수준 초과분은 현금으로만 받았다.

   이 수강료는 대학입시철인 10∼12월이면 70만∼80만원까지 치솟았고 이런 돈을 받는 데는 장인이나 장모 또는 처제의 차명계좌가 이용됐다.

   국세청 조사결과 최씨가 차명계좌를 이용해 탈루한 소득은 63억원에 달했고 최씨는 이에 대해 16억원의 소득세를 추징당한 것은 물론, 검찰에 고발됐다.

  
◇ 편입 열기 편승한 학원도 탈세
지방에서 대학편입학원과 편입교재 출판업을 겸해 하던 이모씨(55세)는 교재를 받아보는 신규회원이 낸 교재료를 정상적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그는 '성실 납세자'는 아니었다. 기존회원에게 공급하는 교재료 수입 45억원은 물론, 학원 수강생들이 내는 현금수강료 34억원은 고스란히 세무신고에서 뺀 것이었다.

   79억원의 누락 소득을 감추려고 이 돈을 벌기 위해 들어간 강사료,교재 제작비 등 36억원도 비용으로 신고하지 않았다.

   이씨는 이 돈으로 자녀를 해외 유학보내는가 하면 해외에 부동산도 사들이고 관광 등의 목적으로 외국을 자그마치 150여 차례나 드나들었지만 국세청의 조사망을 끝까지 피하지 못해 소득세를 비롯해 20억원의 세금을 물어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