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경기 급락..신규 수주 '뚝'
2008-11-18 09:01
조선업황의 급격한 둔화와 선박금융 경색, 환헤지 손실로 삼중고를 겪고 있는 중소형 조선사들의 자금난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형 조선사들은 수조원대 현금을 쌓아두고 있어 유동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최근 수천억원대 설비투자를 감행한 중소형사들은 신규 수주가 끊기고 은행의 금융지원이 중단되면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자금경색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경우 중소형 조선사의 절반 정도는 부도가 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 산업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둔화 국면에 들어서 최근에는 최악의 불황을 맞고 있다.
한국조선협회 자료를 보면 전세계 화물선 수주량은 올해 1~9월중 950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5% 줄었다. 전체 선종에 걸쳐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초대형 유조선(VLCC)만 증가세를 보였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된 9월에는 VLCC도 단 6척 발주에 그쳤다.
송상훈 교보증권 연구원은 "전세계 신규 상선 발주 실적은 월 평균 200~300척 수준이나 지난 달에는 단 46척으로 급감했다"며 "글로벌 경기침체와 선박금융 위축으로 인해 조선사들이 신규 수주가 급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벌크선의 시황을 보여주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이번 달 첫째주 829로 지난 달 말의 851에 비해 22포인트나 떨어졌다. 이 지수는 5월 말 11,347을 고점으로 7월 말 8,771, 9월말 4,163으로 추락하고 있다.
컨테이니선의 시황을 나타내는 컨테이너선종합용선지수도 이달 첫째주 709로 지난해 평균인 1,343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 지수는 올해 1월 말 1,366으로 높아졌다가 5월 말 1,316, 7월 말 1,184, 9월 말 1,004, 10월 말 732로 급락세다.
◇중소형 조선사 자금줄 막혀
현재 국내에는 300여개 선박 제조업체가 존재하며 1만t급 이상 상선을 제조할 시설을 갖춘 조선소는 30여곳 정도다.
대형 조선사들은 넉넉한 수주잔고를 쌓아두고 있는 데다 경기호황에 벌어둔 수조원대 현금성 자산이 있어 신규 수주가 없어도 버틸 체력이 있지만 중소형사들은 사정이 다르다.
중소형사들도 3~4년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은행들이 조선사를 대신해 발주사(선주사)에 끊어주는 환급보증서(RG) 발급을 중단해 선박 건조를 못하고 있다.
선주사들은 금융회사가 선박인도를 보증한다는 증서인 RG가 있어야 조선사에 계약금액의 15~20%인 선수금을 주는데 은행들이 대형 조선사에만 RG를 발급해주고 있다.
배영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조선업종의 가장 큰 문제는 돈줄이 막혔다는 것"이라며 "환급보증서가 있어야만 선주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는데 RG 발급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소형 조선사들은 환헤지 상품인 '키코'에 대거 가입해 큰 손실을 본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중소 조선업체 중 상당수가 키코 손실로 중기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인 '패스트트랙'을 신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존 기로에 선 중소 조선업체
전문가들은 중소 조선사들이 이미 수주 받은 물량도 취소될 경우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배 연구원은 "가장 큰 위험은 선박 수주가 취소되는 것"이라며 "최근 발주가 많았던 벌크선의 수주 취소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수주가 취소돼 당장 일거리가 없어지면 회사가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벌크선 과잉발주 여파로 중국에서는 벌써 선주사들의 계약 취소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데 국내 신설 조선사들도 벌크선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K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시설투자를 많이 한 신설 조선사들은 원자재도 사지 못하는 지경"이라며 "이런 상태가 상반기까지 지속된다면 중소형 조선사의 절반 정도는 부도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예상한 박사는 "지금은 중소형 조선소의 생사가 갈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 중소형사들이 상당히 고용을 많이 하고 있는 만큼 이들 업체가 무너지면 지역 경제에 큰 충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조선업체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환급보증서만 끊어줘도 수주물량을 기반으로 생존이 가능하다"며 "정부 차원의 금융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