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출범 10주년 맞은 '유로존', 득실과 전망은?
2008-11-18 13:51
유로화 공식출범 10주년을 맞이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이 경기침체라는 덫에 빠졌다.
전세계적으로 경기침체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유럽연합(EU)은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이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경기침체에 진입했음을 선언했다.
유럽연합(EU)의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 3분기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0.2% 줄었으며 2분기에도 0.2% 하락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경제 규모가 큰 독일은 2분기 성장률 0.4% 하락한 것에 이어 3분기에도 0.5%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탈리아, 스페인도 각각 0.5%와 0.2%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1% 증가해 연속 하락을 간신히 면했으나 현재 유럽 전체적으로 경기침체 양상은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UBS의 폴 도노반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의 경기 침체가 명백해졌다"며 "경기후퇴는 최소 2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경제가 올 4분기와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어 오히려 미국과 아시아 경제보다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 유럽 각국의 국민통화는1999년 1월 1일부터 유로(EURO)라는 단일 통화로 통합됐다. |
▲ 유로화 출범 10년… 시장단일화의 일등공신=유로화가 출범한 지난 10년간 유럽은 세계 최대 단일경제권으로 급부상했다.
EU에 유로화가 도입되면서 상품을 비롯해 서비스, 자본, 노동 등 각종 시장의 투명성을 높여 환거래 비용을 절감시켰으며 시장단일화의 파급효과로 역내 국가 성장을 촉진시켰다.
1999년 1월 1일부터 유럽 각국의 통화는 유로(EURO)라는 단일 통화로 통합됐으며 유럽의 독립적인 통화 정책은 유럽중앙은행(ECB)에 의한 단일 통화 정책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유럽통화의 통합은 정치적·경제적 통합 운동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며 유럽이 통화주권 확립을 포기하고 하나의 단일 통화를 만든 것은 획기적인 하나의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는 부분이다.
유로화의 출범은 무엇보다도 환율 변동 위험을 제거함으로써 금융시장의 통합을 가속화하는데 기여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한 유로화로 인해 유럽의 금융, 기업, 노동 등 각 분야에 있어 엄청난 변화 및 구조적 개혁이 필요했던 것 만큼 유로화의 출범은 기존 이해 관계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유럽 경화증에 걸린 유럽 경제에 구조적 개혁을 가져오게 만드는 촉매제로써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로화는 지난 10년간 달러화의 지배력에 도전하는 새로운 통화로써 주목받았으며 자유로운 금융시장을 갖는 대규모 경제권을 바탕으로 무역과 외환거래, 미국의 달러화의 잠재적인 경쟁자로 자리잡았다.
유럽중앙은행(ECB) |
▲ 유로화… 구조개혁 촉진 및 경제안정 강화에 기여=EU 국가들은 단일통화정책 및 환율 정책의 수행들을 규정한 경제통화동맹(EMU)의 추진과정에서 거시경제정책을 적극 도입해왔으며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유로존 국가들은 물가안정, 건전재정, 구조개혁 등에 중점을 둔 안정지향적인 정책을 추진해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물가안정 유지를 목표로 통화정책을 운용하였으며 유럽 각국 정부는 안정 및 성장 협약에 의해 재정 건전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이러한 협약은 재정적자가 GDP의 3%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어 각 국은 최근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재정정책을 자동안정장치 기능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운용하게 됐다.
또한 각 국은 단일통화에 의해 조성된 새로운 환경 하에서 구조개혁을 촉진하며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고용 증대 등을 위해 노동시장 개혁 추진, 조세제도, 연금 및 사회보장제도 등의 개혁에 주력해왔다.
아울러 EU통합 이후 각 회원국별 주가변동, 고용율, 투자증가율 등 비지니스 주기가 점점 일치되어 왔다.
▲ 유로존 통합… 조약 개정 필요성 제기=EU 회원국이 27개로 늘어나면서 정책의 영역도 단일 통화에서 외교 정책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EU는 본질이나 규모면에서 변화를 주도해 오고 있으며 끊임없이 조약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15개만이 '유로'를 도입했으며 영국과 덴마크, 스웨덴은 유로 통합에 가담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폴란드와 체코, 헝가리와 발틱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또한 참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유럽내 많은 국가들이 유로존 참여에서 제외되면서 유로존은 EU의 일부분으로 전락해버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당초 달러를 제치고 세계의 기축통화로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최근 유로화의 움직임은 실망스러운 상태다.
미국발 신용위기 사태로 유럽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 유로화 가치 하락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대두되고 있지만 유로 경제가 세계 경제를 이끌만큼 견고하지 못하다는 사실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을 비롯해 스페인, 영국 등 유럽 주요국가 경제는 침체기에 접어든 상태로 신용위기의 근원지인 미국보다 경제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ICAP 오스트레일리아의 아담 카르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신용위기 사태로 위험 회피 심리가 대두되면서 유로나 엔화 대신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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