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연일 대혼란
주식 84P 폭락 1100선 붕괴ㆍ환율 45원 폭등 1408원
"정부, 인내심 갖고 실물회복.내수진작 카드 내놔야"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놔도 금융시장은 '백약무효'란 말이 나올 만큼 불안심리가 좀처럼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3일 코스피는 84.88포인트(7.48%) 급락해 연중최저치인 1049.71로 추락하며 1000선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45.80원 폭등해 10년4개월만에 최고치인 1408.80원으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금융불안을 당장 잠재울 수는 없지만 꾸준히 실물회복을 통한 시장안정에 매달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심리 회복이 관건"=정부 대책만으로 금융불안을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투자심리 회복을 기다리는 보수적 시장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어떤 처방을 내놓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게 관건이다. 이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실물 쪽 내수를 진작시키는 일이다"고 말했다.
감세나 재정확대는 국가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반면 재정악화를 부를 수 있어 부작용이 예상되는 정책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푸르덴셜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은 "정부가 금융불안을 한방에 해결할 뾰족한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위기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성장을 늦추더라도 포기할 부분은 감수하며 대책을 내놔야한다"고 전했다.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국제공조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대우증권 고유선 연구원은 "정부가 금융기관에 대해 미국식 준국유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현재 정부는 다른 할 만한 것도 없어 보이고 한다고 해서 효과를 내기도 힘들다. 국제적 공조가 공격적으로 이뤄져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바닥은 있다"=전문가들 사이에서 증시 폭락으로 상장사 시가총액이 실제 자산가치를 크게 밑돌면서 주가가 바닥권에 들어섰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국내증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2일 기준으로 0.71배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놓여있던 1998년 당시 저점인 0.6~0.8배 구간에 진입한 수치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미국발 금융위기는 글로벌 악재라는 점에서 과거 아시아시장에만 국한됐던 외환위기 사태 때보다 파괴력이 더 클 수 있다. 하지만 당시 한국은 상위 30대 그룹 가운데 17개 그룹이 부도나고 26개 일반은행 가운데 10개만 생존하는 매우 극단적인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강 팀장은 "코스피가 바닥권에 진입한 만큼 지수가 1200선 아래로 내려가면 외국인 투자자도 손실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은 코스피 1100선 미만에서 매도압력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수가 바닥권에 도달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실물경기와 기업 실적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가는 펀더멘털 환경이 최악으로 나빠지는 시점에 바닥을 통과할 것이므로 증시 바닥은 내년 1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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