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빼고 다 수입하는 제약업계에 환율상승은 '치명타'"
문경태 한국제약협회 부회장 |
“물 빼고 모두 수입하는 국내 제약업체들에게 환율상승은 치명적인 타격이다”
문경태 한국제약협회 부회장(사진)은 9일 원∙달러 환율이 1,390원대까지 오른 것과 관련 “현재 국내 제약산업의 원료자급률은 8% 수준밖에 안되고, 나머지 90% 이상은 수입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제약산업의 연간 수출액은 약 1조5천억원에도 못 미치지만, 수입액은 연간 4조원이 넘어 약 3배 정도의 무역역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마저 올 초 예상했던 930원 수준보다 무려 460원 가량이 뛴 1390원까지 치솟자, 제약업계는 말 그대로 치명상을 입고 있다.
문경태 부회장은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의 원가상승 요인도 발생하지만, 환율이 오른다고 정부가 약값을 올려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숨을 못 쉴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 업계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 5월3일 약가의 거품을 빼겠다는 명분으로 약가의 경제성을 평가하겠다고 발표한 이래 계속 추진하고 있어 제약업계의 고충은 날로 늘어만 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견제약사인 Y사는 약가 경제성평가에서 혈액순환제로 쓰이는 자사제품이 보험등재 목록에서 제외돼 직원의 절 반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다른 중견제약사 S사 또한 파스류 제품이 등재목록에서 빠지면서 직원 45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문 부회장은 “약 250개에 달하는 국내 완제의약품 생산 제약사들은 물을 제외한 나머지 주성분, 유당, 전분 등 거의 대부분 기초원료들을 수입하고 있어 환율이 상승하면 원가비중이 높아져 경영실적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제약업계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현재 제약업계가 위기를 맞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신뢰상실' 때문이라고 문 부회장은 지적했다.
그는 “제약업계는 우선 생동성시험 조작 파문으로 국민들로부터 약에 대한 품질의 신뢰성을 실추했고, 얼마전 KDI에서 미국과 대비한 한국의 약값 조사결과를 발표, 다시한번 신뢰성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공직생활을 하는동안 미국서 생활하며 느꼈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약값은 미국에 비해 절대 비싸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미국서 생활할 때 미국의 약값이 우리보다 오리지널 약은 3배 정도, 제너릭은 2배 정도 비싼 것 같았다”며 KDI의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제약업계가 신뢰성을 상실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병원들과의 거래에서 생기는 리베이트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문 부회장은 “얼마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문제를 조사한 바 있고, 올 하반기에 또 한차례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기미가 있다”며 “그동안 리베이트 열심히 해서 매출 올리던 제약사들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문 부회장은 정부의 5∙3약제비 정책의 문제점도 강하게 꼬집었다.
그는 “정부의 5∙3 약제비 정책 발표로 제약업계는 신약개발 열풍이 싸늘히 식어버렸다"며 "반면, 리피토, 노바스크 등 대형 블록버스터 약들의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제너릭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며 업계 실상을 토로했다.
문 부회장은 “신약개발은 뒷전으로 제쳐두고 제너릭에만 몰려드는 현 상황은 결국 국내외 제약사들 모두를 공멸에 빠지게 만드는 길”이라며 “제약업체들도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할 때”라고 말했다.
예를들어 중국이 오는 2011년 경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 도입을 추진 중인 점을 감안, 중국이나 중동 등 아직 시장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국내 제약업체들이 적극 진출하는 방안을 그는 적극 추천했다.
아울러 북한, 개발도상국 등에 대한 기초의약품 지원을 통한 미래시장 확보도 중요하다고 그는 밝혔다.
실제로 제약협회는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가 전개하고 있는 북한결핵어린이돕기 범국민운동에 적극 참여키로 하고 9일 SBS 한겨레 한밥상 운동(한끼 안먹기, 1반찬 줄이기, 장바구니 가볍게 하기, 안남기기) 생방송 모금에 참여해 성금과 결핵약을 지원하기도 했다.
문경태 부회장은 “앞으로 우리나라 제약업계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어 많은 중소제약사들이 문을 닫거나 통폐합으로 중대형화가 이뤄질 것이지만, 오는 2010년경에는 시장규모가 약 20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제약산업은 비록 2차산업이지만, 고부가가치가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제약산업 양성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