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증여세 물납 증권거래규정 위반
오너 배우자 300억원대 지분감소 공시누락
김승연 한화 회장이 배우자에게 주식을 증여한 뒤 이 주식 가운데 일부를 증여세로 내면서 최대주주 지분이 줄었으나 회사가 증권거래법상 규정을 어기고 이 사실을 수개월 동안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거래법 유가증권시장상장규정 제60조는 상장사가 최대주주를 비롯한 특별관계인의 지분에 변동이 있을 때 지체없이 증권선물거래소를 통해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거래소, 한화에 따르면 김 회장의 배우자 서영민씨는 남편으로부터 지난해 9월 21일 (주)한화 주식 136만주(해당일 종가기준 943억8400만원)를 증여 받고 올 1월 28일 이 주식 가운데 60만5425주(323억9000만원)를 증여세로 납부(물납)했으나 이 사실을 5개월 후인 이달 24일에서야 공시했다.
서씨는 이번 증여세 납부로 기존 2.21%(166만7101주)이던 지분이 1.41%(106만1676주)로 0.80%포인트 줄었다.
2002년 12월 서씨는 처음으로 장내매수 등을 통해 회사 주식 30만7101주(0.41%)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김 회장의 증여가 이뤄진 지난해 9월까지 지분변동이 한 차례도 없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17일 아들 셋에게도 주식으로 증여했으며 장남 동관씨 150만주(1011억원), 차남 동원씨 75만주(505억5000만원), 막내 동선씨 75만주(505억5000만원) 등 모두 300만주(2022억원)를 각각 물려줬다.
김 회장의 세 아들은 증여세로 장남 67만5000주(275억4000만원), 차남 33만7500주(137억7000만원), 막내 33만7500주(137억7000만원) 등 모두 135만주(550억8000만원)를 이달 17일 납부했으며 증권거래법에 따라 5영업일 뒤인 24일 이 사실을 공시했다.
증여세 납부로 김 회장의 세 아들 지분은 장남 4.41%(-0.90%포인트) 차남 1.66%(-0.44%포인트) 막내 1.66%(-0.44%포인트)로 각각 줄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회사가 적절한 공시누락 사유를 밝힐 수 없다면 유가증권시장상장규정을 어긴 것"이라며 "특별관계인이 지분의 변동을 회사에 뒤늦게 알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회사가 특별관계인으로부터 언제 지분 감소 사실을 통보 받았는지도 규정 위반 여부를 가리는 데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최대주주 지분변동에 관한 공시를 누락하는 경우는 연간으로 볼 때 상장사의 5% 미만"이라며 "특히 시가총액이 수조원에 달하는 대기업의 경우는 이같은 규정 위반이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화의 주가는 지난해 증시 호황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증여세 기준가액이 8만원 이상이었다"며 "하지만 증여세를 납부한 최근 주가는 반토막인 4만원대였기 때문에 주가차액을 통해 수백억원의 절세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 관계자는 "이번 공시규정 위반은 해당부서의 업무상 착오에 따른 것으로 특별관계인은 지분변동 사실을 제때 통보했다"며 "증여 또한 현행 증여세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답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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