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리포트]중국 통신시장 재편, 국제경쟁력 통한 세계시장 공략 의도

2008-06-11 09:10

중국 통신시장 구도가 새롭게 짜여졌다. 통신사업자간 합병을 통한 시장재편이 드디어 마무리된 것이다.

중국 통신시장 재편은 외형상 통신사업자간 과도한 경쟁을 방지하고 경영난을 겪고 있는 사업자를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중국정부는 전국적인 통신네트워크 자원을 확보하고 경쟁력이 비슷한 대형기업으로 통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중국 통신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춰 세계시장 공략에 대비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통신시장 재편을 둘러싼 시나리오는 이미 4~5년전부터 꾸준히 시장에 나돌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3월 열린 양회(两会)에서 우리의 옛 정보통신부격인 신식산업부(信息产业部)를 없애고 공업신식화부(工业和信息化部)를 신설하는 기구개편을 계기로 시장재편 계획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연통은 중국왕통을 인수 합병해 광대역서비스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기자회견 후 중국연통 창샤오빙 이사장(오른쪽부터 두번째)과 중국왕통 주오쉰성 이사장(왼쪽부터 두번째)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재편된 중국 통신시장 구도를 보면 기존 6개 유무선 통신사업자를 인수 합병을 통해 3개 대형 사업자로 크게 줄인 게 골격이다.

살아남은 사업자는 중국이통(中国移通 차이나모바일), 중국연통(中国联通 차이나유니콤), 중국전신(中国电信 차이나텔레콤) 등 3개.

사라진 사업자는 중국왕통(中国网通 차이나넷콤), 중국철통(中国铁通 차이나레일콤), 중국위통(中国卫通 차이나넷콤) 등 3개이다.

우선 중국 2위 무선사업자인 중국연통은 중국왕통을 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 합병키로 했다. 거래규모는 4391억6700만홍콩달러.

중국왕통 주오쉰성(左迅生) 이사장은 “중국왕통의 안정적인 자금유동성과 중국연통의 잠재성장력이 서로 결합하고 보완해 미래발전에 성장동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이동통신 시장과 광대역서비스 분야에서 성장기회를 제공해 지속적인 성장발전에 튼튼한 기초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연통은 가지고 있던 CDMA 사업권 전체를 1100억위안에 중국 최대 유선사업자인 중국전신에 넘긴다.

중국연통은 그동안 한국의 CDMA 서비스를 중국시장에서 제공해온 유일한 사업자였다. 그러나 이번 사업권 매각으로 CDMA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중국연통은 이를 계기로 3세대를 향한 GSM 서비스 기술 고도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중국연통 창샤오빙(常小兵) 이사장은 “이번 통합은 상장회사간 주식거래 측면에서 이뤄진 것으로 모회사 합병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9월 주주총회를 거쳐 4분기에나 완전한 통합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전신은 중국연통으로부터 CDMA 서비스 사업권을 인수해 본격 무선통신 시장에 뛰어든다. 한 전시회에 참가한 중국전신 부스 모습.

또 중국전신은 CDMA 서비스를 통해 새롭게 무선통신 시장에 뛰어든다.

중국전신 왕샤오추(王晓初) 이사장은 “9월 하순쯤 합병절차가 끝날 예정”이라며 “CDMA 서비스는 2012년에야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중국 최대 무선사업자인 중국이통도 중국철통과 중국위통을 인수키로 했다.

이 같은 시장재편은 중국정부가 통신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3세대 통신서비스 발전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본격적인 3세대 서비스 추진에 앞서 시장재편을 통해 전국적인 네트워크화를 이루고 불필요한 투자를 피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특히 통신시장 재편이 마무리되면서 3세대 서비스 사업권에 대한 사업자도 그 윤곽이 드러난 셈이다.

중국이 독자기술로 개발에 성공해 지난 4월부터 본격 서비스에 들어간 TD-SCDMA는 중국이통이 사업권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기술표준인 GSM은 중국연통, CDMA는 중국전신 등이 각각 나눠 3세대 서비스를 책임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앞으로 3세대 무선통신 시장에는 3개 사업자가 모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 

전문가들은 시장재편이 통신시장의 유무선 융합 추세에 적합한 데다 서비스 범위 확대, 기술과 제품 개발력 제고 등을 통해 산업이 더욱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분석했다.

또 규모와 경영면에서도 전국적인 면모를 갖춰 무선, 유선 등 전방위적이고 다층적인 종합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중국의 무선통신 가입자는 6억명, 유선통신 가입자는 3억6000만명 등에 이른다. 이들 유무선 통신사업자가 올리는 연간 수익은 2440억달러이다. 

   
 
중국이통은 여전히 통신시장에서 독주를 유지하면서 중국 독자표준인 TD-SCDMA 기술을 통해 3세대 서비스 시장공략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시회에 참가한 중국이통 부스 모습.

이중 중국이통은 시장점유율이 70% 이상에다 서비스 수입도 5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재편으로 이 같은 독과점을 없애 사업자간 시장균형을 되찾고 건전한 시장경쟁을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다.

특히 시장재편은 장기적으로 통신장비 업체들에게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궈타이쥔안(国泰君安)증권은 장기적으로 광섬유•광케이블, 운영•유지, 엔지니어링 컨설팅 등 관련업체들이 우선 혜택을 볼 것으로 분석했다. 다음으로 코어망•접속망 설비, 부대설비, 테스트설비, 단말기, 부가서비스 등을 꼽았다.

북경우전(邮电)대학 뤼팅지에(吕廷杰) 교수는 “통신산업의 독과점이 존재하는 한 통신요금 인하와 통신시장 개혁을 위해서는 통신산업 재편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중국은 시장재편을 통해 통신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건전한 발전기초를 다져 세계속의 정보통신 강국으로 자리잡는다는 전략이다./베이징=이건우 통신원

아주경제연구소 기자 aj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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