苦유가 시대, 美 기업·소비자 "울고 싶어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면서 미국은 물론 전세계 산업과 실생활에 미치는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美 휘발유 갤런당 4달러 돌파=유가의 고공행진과 함께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갤런 당 4달러를 넘어서면서 소비심리에 지대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AP통신이 9일 보도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센트 상승한 4.005달러를 기록했다.
대도시를 비롯해 일부 지역에서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선 곳이 있기는 했지만 전국 평균 가격이 4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2주전에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 이미 4.42달러까지 급등했으며 일각에서는 갤런당 5달러에 도달하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OPEC, 유가 올여름 150달러 갈 것...증산 계획 없어=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이란의 모하마드 알리 카티비 OPEC 대표가 올여름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해 상품시장에 우려를 더했다는 평가다.
카티비는 이란 국영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달러 약세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유가로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타이어업체 굿이어는 타이어의 주재료인 고무를 원유가 아닌 천연고무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OPEC이 유가 폭등에도 불구하고 증산 계획이 없음을 거듭 밝히고 있는 것도 유가 상승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OPEC은 선진 8개국(G8)과 중국, 인도 및 한국 등 주요 11개 석유 소비국 에너지장관 회담이 8일 OPEC에 증산을 요구한 것에 대해 증산 이유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OPEC은 또 오는 9월9일로 예정된 정기 석유장관회담 이전에 특별 회동을 가질 필요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우디의 알리 알-나이미 석유장관은 이날 파키스탄 에너지 장관과 만난 후 사우디 국영통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현재 고유가는 불합리한 것으로 시장의 펀더멘털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사우디는 OPEC 최대 회원국으로 유일하게 즉각적인 증산 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유가 여파,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퍼져=한편 유가 급등 여파가 미국 전역에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해 경기침체 우려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했다.
타이어를 비롯해 비누와 화장품, 플라스틱 제품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대다수 기업들이 유가 상승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들은 제품 가격 인상 등 공격적인 경영을 모색하고 있으며 감원을 비롯해 비용 감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NYT는 ▲가격 인상 ▲비용을 낮추는 저비용 생산 구조로의 전환 ▲감원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 등이 고유가 시대에 기업이 살아남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유가 상승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이같은 방법을 모두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계적인 타이어업체 굿이어는 타이어의 주재료인 고무를 원유가 아닌 천연고무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상품시장 전반에 가격 상승이 일어나면서 천연고무 가격 역시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한 굿이어는 최근 4개월 사이에 타이어 가격을 15% 인상했다.
신문은 유가 상승 등 악재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연 수익률이 6%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기업들의 '고난'은 고용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노동부가 지난 6일 발표한 5월 실업률은 전월의 5.0%에서 5.5%로 치솟았다. 이는 다시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에 직격탄을 날리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유통업종의 대표 주자인 코스코를 비롯해 거대 소비재업체 P&G, 화학업체 다우케미컬 등 각각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모두 고유가 시대를 맞아 실적이 악화되고 가격 인상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상태다.
다우케미컬은 최근 모든 제품 가격을 20% 인상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다우케미컬의 앤드류 리버리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유가 상승으로 제품 가격을 20%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
◆주 4일 근무제 실시 등 고육지책=한편 유가 고공행진 시대를 맞아 미국에서는 주 4일 근무와 수업이 확대되고 있다. 앨라배마 주 버밍엄 시는 다음달 1일부터 2400여명의 시청 직원에 대해 4일제 근무를 실시할 계획이며 연말에는 소방관과 경찰들에도 주 4일제 근무를 적용할 방침이다.
시정부는 하루 10시간씩 주 4일 근무제를 실시함으로써 연간 50만~100만달러의 연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네소타 주 메이너드 시는 올여름 학기부터 주 4일제 수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같은 주 4일제 근무제는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미 인력관리협회에 따르면 38%에 달하는 기업들이 일부 직원들에게 주 4일제 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컨설팅회사인 챌린저그레이앤크리스마스의 존 챌린저 최고경영자(CEO)는 "주 4일제를 통해 업주는 실적 향상을 꾀할 수 있고 직원들은 더욱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