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속의 고래(국민연금) 용트림에 재계 '깜짝'
연못(국내 시장) 속의 고래로 표현돼 왔던 국민연금기금이 덩치에 걸맞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은 12일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과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각각 현대자동차와 두산인프라코어의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등재되는 데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를 계기로 국민연금이 향후 본격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재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국민연금이 정 회장과 박 회장의 등기이사 등재를 반대한 이유는 이들이 비자금 조성과 공금횡령 혐의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줬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민연금의 감시를 받게 된 재계는 크게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가족부 연금재정팀장은 "건전한 기업에는 투자를 확대해 격려하고 불량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사회책임 투자론이 선진국의 추세"라며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바탕이 되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의결권 행사에 대한 내부 지침을 확실하게 마련하고 주기적으로 재정비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현재 지분율 1% 이상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6년 3월부터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민간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주주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신설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민연금이 주총에 참석한 횟수는 436회에 달하며 총 1886건의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의 주총 참석 횟수(안건 수)는 2003년 164회(782건), 2004년 348회(1천145건), 2005년 317회(1천395건)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양적인 증가 뿐 아니라 질적인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 가운데 반대 의견을 낸 건수는 2003년 15건(1.9%), 2004년 16건(1.4%), 2005년 38건(2.7%), 2006년 70건(3.73%), 2007년 93건(4.93%)으로 급증하고 있다.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대 연기금은 시장의 충격을 흡수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현재 국민연금기금의 덩치가 너무 커진 만큼 복수의 공적 연금기금을 설립해 의사결정 주체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태영 국민연금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경제는 개방형 구조이고,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영향력 확대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기금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의사결정 주체는 일원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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