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투자 부진, 제도 부재, 낮은 인용률 등 국내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의 여러 걸림돌에도 기업들은 AI 관련 사업 확대를 본격화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특히 올해는 오픈AI·구글·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AI 기업들이 신규 AI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쏟아낸 해로, 생성 AI에서는 국내 기업이 뒤처진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응용 AI와 산업 특화 생성 AI 분야 등에서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돋보였다.
전문가들은 AI 산업 지원 제도가 부족한 현 상황에서, 국내 AI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규제 완화와 함께 성공적인 AI 생태계 구성을 위한 구심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자체 생성 AI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한 네이버는 지난달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검색·광고·쇼핑 등 모든 서비스에 AI를 붙이는 '온 서비스 AI(On-Service AI) 전략을 본격 전개했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역에 자체 AI 기술 수출을 통한 수익화에도 나선다.
AI 스타트업들도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업스테이지는 자체 생성 AI '솔라'의 미니·프로 버전을 연이어 내놓으며 산업 특화 글로벌 AI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4월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AI 영상분석 스타트업인 트웰브랩스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CB인사이츠가 선정한 '세계 100대 AI 기업'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지난 13일 SKT 등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으며 누적 투자 금액을 1500억원까지 늘렸다. 이외 라이너·뤼튼·리벨리온 등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등에서 이름이 몇 차례 언급된 바 있다.
이들 민간 기업을 비롯해 대학·연구소 등의 지속적인 노력 속 한국은 AI R&D 분야에서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토터스미디어가 발표한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한국은 혁신 분야의 '개발' 영역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에 올랐다. 또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AI 특허 통계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1~10월 기준으로 중국과 미국에 이어 AI 특허를 세 번째로 가장 많이 출원한 국가로 꼽혔다. 이러한 AI 특허를 산업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적용하려 한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를 보다 잘 뒷받침해 정부의 슬로건인 'AI G3'를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구윤철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는 "정책 결정도 빨리 하고, 재원도 많이 넣고, 기업들도 대대적으로 AI를 활용하도록 투자를 해서 모든 산업에 걸쳐 AI가 연계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AI 진흥과 규제 모두 빨리빨리 가야 하는데, 국회 상황으로 인해 AI 기본법이 빨리 도입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AI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해서 대대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AI 자체는 기술이기 때문에, 크게 성장하려면 비즈니스 모델이 나와야 한다. 즉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실험이 많이 일어나야 하는데, 이를 실험할 환경을 잘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 스타트업에 대한 여러 규제도 많고, 아직 AI 관련한 국가적 전략이 뚜렷하지 않다 보니 현재 실험하는 환경이 괜찮은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