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 24일 오후 3시경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 퇴근 시간이 한참 남은 평일이었지만 성탄의 설렘을 느끼려는 이들이 이 일대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어수선한 정국에 지친 시민들은 모처럼 풍요로운 성탄절 분위기를 만끽하기 위해서였다. 광화문은 크리스마스 대표 명소로 자리매김한 모습이었다. 특히 올해로 3회 차를 맞은 광화문 마켓이 시민들 발길을 붙잡았다.
26일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지난 24~25일 양일간 광화문 마켓을 방문한 시민은 60만6524명이다. 이브인 24일에는 16만8745명이 25일에는 43만7779명이 이곳을 찾았다.
광화문 마켓 50여 개 부스에에 입점한 소상공인 150명도 호황을 맞았다. 양일간 집계된 매출은 1억2426만원으로 24일에는 5764만원, 25일에는 6662만원을 올렸다.
산타마을 말미에 있는 15m 대형 트리와 선물박스 모양으로 된 포토존은 백미다. 가족·연인·친구는 물론 반려견까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행복한 순간을 프레임에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날이 어둑해지자 본격적인 성탄절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산타마을에 조명이 들어오자 새빨간 장바구니를 손에 든 방문객들로 붐볐다. 포토존 근처에만 드문드문 몰리던 인파는 어느새 광화문광장 전체로 퍼져 발 디딜 틈이 없어졌다. 1만~3만원에 크리스마스 니트를 파는 부스는 단연 인기였다.
이날 만난 박모씨는 "마을처럼 보이는 입구에 호기심이 생겨 들어왔는데 쇼핑할 거리가 생각보다 많았고 상점가 자체도 예쁘게 꾸며서 아이쇼핑만 해도 즐거웠다"며 "뜻하지 않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겼다"고 기뻐했다.
산타마을 밖 놀이광장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랜드마크인 '영희'가 7m 크기로 우뚝 자리하고 있어 시선을 끌었다. 동전 던지기 체험 등 소소한 즐길거리에도 기다리는 줄이 즐비했다. 산타 분장을 한 서울시 대표 캐릭터 '해치'와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줄도 길었다.
영화 '무파사: 라이온 킹' 개봉을 맞아 마련된 체험형 포토존은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였다. 영화 속 '밀렐레 나무'와 동굴 통로를 구현한 작은 체험존은 놀이터처럼 뛰어다닐 수 있도록 제작됐다. 6살 아들과 함께 나온 안모씨는 "이브인데 집에서만 뒹굴기 싫어서 아들과 함께 나왔다"며 "일 때문에 멕시코에서 3년 동안 지내다가 한국에서 맞은 첫 연말인데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과 라이온킹 조형물 사이를 누비며 광장을 뛰어다니는 안모군 얼굴에는 한껏 들뜬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