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 번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있었고, 대통령 권한대행도 세 번째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익숙지 않다.
그것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정을 이끌어가는 것이 비정상적인 까닭도 있지만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압박하는 모습 때문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내란죄 공범으로 피의자 신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공범이 되기 위해서는 범죄의 계획을 함께 하거나 실행을 함께 해야 한다.
그런데 내란죄 혐의가 있다는 주장만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 탄핵소추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과거 장관 탄핵소추, 검사 탄핵소추, 방통위원장 탄핵소추, 감사원장 탄핵소추에 이어서 총리(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로 탄핵소추 오남용 목록을 더 풍부하게 만들 뿐이다.
결국 한 대행은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에 민주당에서는 탄핵소추안을 즉시 발의하는 대신에 쌍특검법(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키라는 요구를 하면서 24일까지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그리고 24일까지 한 권한대행이 국무회의를 소집하지 않자 민주당은 24일 탄핵소추안 발의 예정일을 26일로 다시 변경했다.
이는 한 대행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건 아니면 거부권 행사 없이 공포하건 해당 법률안이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처리하면 되는데, 17일 정부로 이송된 법률안에 대해 24일까지 결정하도록 요구할 권한이 국회에 없을 뿐만 아니라 아직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소추의 명분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면 언제까지 이런 줄다리기를 할 수 있을끼? 한 대행이 야당의 요구에 따라 거부권 행사를 포기할 경우에는 향후 국정 운영은 한 대행이 야당의 요구에 계속 끌려다니는 것이 되지 않을까? 반면에 야당의 요구를 무시하고 거부권을 행사하면 정말로 탄핵소추가 발의되어 국정 혼란이 더욱 심해지는 것은 아닐까?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하여 몇 가지 중요한 헌법적 쟁점이 있다.
첫째, 헌법과 법률에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에 대해서는 명문 규정이 없다. 한편으로는 권한대행의 역할에 비추어 본직의 담당자(한 대행의 경우에는 대통령)에 준하여 탄핵소추가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권한대행을 본직의 담당자에 준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권한대행의 역할을 맡기 이전의 원래 직위에 대해서만 탄핵소추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위의 견해 중에서 어떤 견해를 따르는지에 따라서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가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여야 하는지 아니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 준하는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결론이 달리질 수 있으며, 이는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정족수가 재적의원 과반수인지, 3분의 2 이상이어야 하는지와도 맞물려 있다.
둘째, 헌법 제65조 제1항에 따른 탄핵소추 요건으로 '그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르면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는 권한대행이 되기 이전의 직무상 불법을 이유로 권한대행을 탄핵소추할 수 없다.
이는 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여지가 있다. 예컨대 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별개의 직위로 볼 경우에는 한 대행에 대해 내란죄 공범 등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 자체가 소추 요건 미비이다. 반면에 총리로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겸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권한대행이 아닌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라고 볼 여지는 있다.
셋째, 탄핵소추의 효과로서 헌법 제65조 제3항에서는 권한 행사의 정지가 규정되어 있는데, 한 대행의 경우에는 총리로서 권한이 정지되는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권한이 정지되는 것인지 문제될 수 있다.
쉽게 생각하면 모든 권한이 정지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탄핵소추의 요건, 특히 의결정족수와 연결해서 생각할 경우에는 총리로서 탄핵소추한 경우에는 총리로서 권한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탄핵소추한 경우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권한이 정지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 대행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로 인하여 총리의 권한이 정지될 경우에는 대통령과 총리의 동시 직무정지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6·25전쟁 당시에도 없었던 정부의 최고책임자와 제2인자가 동시에 직무에서 배제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과 부통령이 한 비행기를 타는 것까지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고 한다. 그런데 국회의 탄핵소추에 의하여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 정상적인 것일까?
그동안에도 의도적으로 검사 등의 직무정지를 겨냥한 탄핵소추의 오남용이 비판된 경우가 적지 않았고, 심지어 방통위원장에 대한 연속 탄핵소추의 경우에 인재풀이 고갈될 때까지라고 공언했던 것은 국가기관의 마비를 겨냥한 탄핵소추 오남용이라고 지적되기도 했다.
이제 민주당의 탄핵소추로 인하여 발생하게 될 대통령과 총리의 동시 직무 배제로 인한 국정의 혼란과 마비에 대해서 누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까? 권한대행 순위에 따라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다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탄핵소추가 없을 것으로 장담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 국정 전체가 혼란에 빠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국정을 통할할 수 있는 권한과 위상을 가진 대통령과 총리가 모두 배제되는 상황을 막는 것이 여야의 정쟁보다 더 중요한 것 아닌가?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비상임위원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장 ▷전 국회 개헌특위·정개특위 등 자문위원 ▷전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