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첨단기업 절반 이상이 첨단산업 규제가 경쟁국보다 과도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이행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70%를 넘어 규제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5일 BBC(Bio, Battery, Chip) 등 첨단기업 433개를 대상으로 ‘첨단전략산업 규제체감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53.7%가 국내 규제 수준이 경쟁국보다 높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이차전지(58.2%), 바이오(56.4%), 반도체(54.9%), 디스플레이(45.5%) 순으로 규제가 과도하다고 답했다.
규제가 과도하다고 지적한 이유로는 ‘규제가 너무 많다’(32.8%)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규제 기준이 높다’(23.1%), ‘자료 제출 부담이 크다’(21.8%) 이유 등이 뒤를 이었다.
규제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낮았다. 전년 대비 규제 환경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은 42.7%에 달했고, 향후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17.2%에 그쳤다.
기업들은 규제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기술(29.6%), 인력(17.8%), 금융(14.7%), 환경(12.6%) 등을 꼽았다. 특히 바이오 업종은 43.6%가 기술 규제 완화를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AI 기반 혈당 측정 기기를 개발했지만 중복 인증 절차로 인해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졌다”며 기술 규제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력 규제와 관련해 주 52시간 근무제가 연구개발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기업 관계자는 “해외 경쟁사는 밤새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지만 우리는 근무시간 규제에 묶여 있다”며 “첨단산업에 한해 근무시간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개발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금융 규제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바이오산업 특성상 연구개발에 장기간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자보상배율 등 재무적 지표로 인해 국가 연구개발 과제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대한상의는 첨단산업 규제 개선을 위해 과제를 발굴해 정부에 건의하고, 이번에 처음 시행한 규제 체감도 조사를 정례화할 방침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앞으로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첨단전략산업 분야 규제 개선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첨단전략산업은 국가 경제 미래를 책임질 핵심 분야인 만큼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첨단전략산업기금법’ ‘반도체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해줄 지원법안에 대한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