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戴兵) 신임 주한 중국대사가 이번 주 중으로 부임할 것으로 파악됐다.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 여파로 외교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주한 중국대사의 부임은 중국이 그만큼 한·중관계를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발 리스크…관계 개선 나서는 中
주한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다이 신임대사가 이달 중 한국에 부임할 예정이다. 다이 대사는 당초 23일 부임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영향으로 부임 시기가 며칠 늦춰졌다.
그러나 탄핵 정국 속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되면서 김 전 실장의 임명 절차가 사실상 중단됐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12일 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중국인 간첩사태'를 언급한 것에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신임 주한대사 부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으나, 사실상 예정대로 이뤄진 것이다.
한국이 탄핵 정국으로 혼란한 가운데서도 주한대사가 예정대로 부임함으로써 중국 지도부가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 유엔 주재 중국대표부 차석대사(제1부대표)를 지낸 다이 신임대사는 비록 ‘한반도통’은 아니지만 이전 대사보다 '중량급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주유엔 중국대사는 한국으로 치면 '차관'급으로, 차석대사는 차관보와 국장급 사이다. 그간 국장급 인사를 주한 대사로 파견한 것과 비교해 무게감이 다르다.
특히 최근 국제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 국제기구에서 경력을 쌓은 외교관들을 중용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다이 대사의 부임은 한·중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란 분석이다. 다이 대사가 비록 전임자처럼 한국어에 유창한 한반도통은 아니지만 유엔 차석대사로 활동하면서 북핵 문제와 대북 제재 등 북한과 관련된 국제 경험과 현안에 밝다는 이점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귀환'을 앞두고 중국이 최근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며 "한·중 관계의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習 방한·한중 FTA 2단계 협상 등 과제 산적
다이 신임 대사는 트럼프 2기의 강경한 미국 우선주의에 맞서 한국과의 관계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특히 내년 경주 아시아태평양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준비가 신임 대사의 주요 당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을 마지막으로 시 주석의 방한은 이뤄지지 않았다. 미·중 지정학적 갈등 속 한·미 동맹 강화로 경색된 한·중 관계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아 양국 정상 간 만남 분위기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내년 시 주석이 11년 만에 한국을 찾게 되면 한·중 관계 개선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아울러 한·중 양국은 무역 통상 방면에서도 밀접한 관계다. 앞서 한·중 정상이 내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주년을 맞아 양국 간 서비스 투자를 가속화하고 대외 개방의 문을 더 넓히자고 뜻을 모은 만큼, 이를 위한 협상을 준비해 한·중간 경제 협력을 공고히 하는 것도 추진할 과제가 될 것이다.
다이 신임 대사는 1967년 8월생으로 안후이사범대학 외국어과를 졸업했다. 1995년 중국 외교부에 입부해 아프리카사(司, 국)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하며 아프리카, 싱가포르, 북미, 오세아니아주까지 다양한 지역 외교 업무 경험을 쌓았다. 2003~2004년엔 닝샤회족자치구 외사판공실 부처장을 맡은 경험도 있다. 아프리카국 국장을 지냈으며, 2020년 8월부터 유엔에서 4년 넘게 몸 담으며 북핵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업무를 다뤄온 '다자외교' 전문가다
다이 신임 대사는 이달 중 부임해 신임장 사본을 외교부에 제출한 후, 새해부터 공식 외교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해외에 파견된 대사는 공식 업무 시작에 앞서 주재국 국가 원수에게 신임장 정본을 제출하도록 돼 있지만, 관례상 신임장 사본을 주재국 외교 당국에 먼저 제출한 뒤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