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12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만나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전 정부를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국민들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국민에게 미안함을 직접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김 전 지사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위치한 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약 1시간 10분간 대화를 나눴다. 김 전 지사 측에 따르면, 두 사람은 민주주의와 최근의 정치 상황을 주제로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했다.
김 전 지사는 "국민들이 다시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고 있는 현실에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송구하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을 조기에 제거하는 것이 국가의 경제와 안보를 지키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대화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징역 2년 실형 확정과 관련한 이야기도 나왔다. 문 전 대통령은 "어젯밤 조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의 뜻을 전했다"며 "대법원 선고가 안타깝고, 인간적으로도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고 김 전 지사 측이 전했다.
김 전 지사는 조 전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향한 검찰 수사를 두고 "명백한 검찰권 남용"이라고 지적하며 "이 같은 수사가 국민들로부터 반드시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 유학 중이던 김 전 지사는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자 귀국 일정을 내년 2월에서 이달 초로 앞당겼다. 이날 문 전 대통령 예방에 앞서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김 전 지사는 "노무현 정신을 되새기며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과 발전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