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술 자립'의 상징인 화웨이가 로봇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달 로봇 등 구현형 인공지능(AI) 센터를 오픈한 데 이어 최근에는 로봇 관련 자회사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에서는 화웨이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개발 중인 테슬라와 비슷한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향후 중국의 로봇 산업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기업 정보 제공업체 치차차를 인용해 화웨이가 최근 로봇 업체 둥관지무에 30억 위안(약 5900억원)을 투자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이번 투자 확대는 화웨이가 선전에 AI를 로봇과 같은 물리적 실체로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둔 구현형 AI 센터를 오픈한 지 한 달 만에 이뤄졌다고 SCMP는 짚었다. 화웨이 글로벌 구현 AI 산업 혁신 센터는 지난달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화웨이는 이 센터를 활용해 자사의 구현 AI 역량을 통합하고, 구현 AI 모델과 컴퓨팅 파워와 같은 분야를 포함하는 주요 기반 기술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센터는 또한 선전에 기반을 둔 로봇 기업 러쥐(樂聚·Leju)로봇, 다쭈(大族·Han’s)로봇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화웨이는 로봇 시장에 계속해서 문을 두드려왔다. 화웨이가 로봇 시장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2022년 4월 상하이에 본사를 둔 로봇 기업 다타(達闼·Cloud Minds)와 파트너십을 발표하면서다. 당시 두 기업은 멀티모달 대형언어모델(LLM)과 로봇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해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3월에는 러쥐로봇이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LLM 판구를 기반으로 하는 로봇을 출시한 바 있다.
중국 현지 매체는 “화웨이의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은 아직 수익 모델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지만, 이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은 비교적 명확하다”면서 “중국 최고의 기술 기업으로서 화웨이가 향후 중국 로봇 산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개발 중인 테슬라와 비슷한 수준의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중국 카이위안증권은 “화웨이는 이미 AI·LLM 등 소프트웨어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고, 차량과 기계 간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발전을 위한 핵심 경쟁력에서 우위를 지니고 있다. 테슬라와 비슷한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웨이의 로봇 시장 진출은 중국의 로봇 산업 개발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여러 지방정부는 최근 로봇 산업 개발 청사진과 정책 지원 조치를 발표했고 충칭은 최대 1000만 위안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8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로봇 컨퍼런스에서 중국 기업들은 20개가 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였다.
한편 중국 로봇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달 국제로봇연맹이 발표한 2024 세계 로봇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산업용 로봇 활용에 있어 독일과 일본을 앞질렀다.